[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회사원 정모(34)씨는 지난 24일 밤 오후 8시께 서울 외곽의 3차선 도로를 운전하던 중 오른쪽 차선으로 진입하려다 차량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해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옆차량은 전조등을 모두 끈 상태였기에 정씨가 슬쩍 본 백미러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정씨는 “정작 운전자는 전조등이 꺼진 줄 모르는지 외려 차선을 바꾸려한 내게 경적을 울리며 유유히 지나갔다”며 황당해했다.
야간에 모든 불을 끄거나 미등만을 켜고 달려 다른 운전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차량이 많아 도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운전자가 야간에 차량 전조등을 켜는 걸 깜빡 잊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요즘 상당수 차량은 시동만 켜도 계기판에 불이 들어와 전조등이 켜진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심의 경우 밤에도 가로등과 건물 불빛으로 시야가 확보돼 전조등 켜는 것을 잊어버리는 일도 있다.
낮부터 일몰까지 계속 운전을 하면서 계속 전조등을 끈 채 달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운전면허시험 너무 쉬워지면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운전자가 늘어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33)씨는 “1시간 정도 걸리는 퇴근길에 전조등 안 켜고 달리는 차량을 2∼3대는 꼭 목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스텔스 차량은 그야말로 캄캄한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셈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일산에 사는 박모씨는 “비가 오고 안개가 낀 날에도 전조등이나 미등을 켜지 않는 차량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처럼 스텔스 차량이 늘면서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씨는 서울경찰청에 올린 게시물에서 “몇년 전부터 시내에 전조등과 미등을 모두 끄고 운행하는 사람이나 미등만 켜고 운행하는 사람 등이 무척 많이 생겼다”며 불을 끄고 갑자기 출현하는 차량 탓에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A씨는 “1980년대만 해도 전조등 전구가 깨진 것으로도 벌금 물었는데 지금은 단속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몰 뒤 전조등을 끄고 운행하는 차량의 단속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지만, 벌금이 2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과적화물 차량은 번호판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불을 끄고 달리는 경우도 있다”며 “얼마간 단속을 강화해 야간 전조등에 대한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