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필자는 지난 칼럼을 통해, 행정예고 중인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념적인 쟁점화가 될 것을 걱정하고 야권은 이런 프레임에 빠지지 말 것을 주장했다.어쩌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 때 이정희 후보가 외친 "다카키 마사오"를 누군가 다시 외쳐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진보성향 시민들은 그보다 넘어선 표현을 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야권이나 야당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 없다. 보수 및 박근혜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서이다.야권도 국정 교과서 건에 뚜렷한 해결법이 없음을 안다. 방법이 있다면 여론인데, 야권은 여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아직까지 여론조사 상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한 수준이지만, 결국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는 이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바꿀 의향이 있었다면 국정화 시도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여론전에서 밀릴 경우, 보수 세력의 위기감을 초래해 이들의 결집이 이뤄질 것이다. 그 최종 지점은 총선이다. 진보진영의 노력으로 여론에서 어느 정도 앞설 수는 있겠지만 정작 그 동력을 총선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수 진영의 결집만을 초래할 수 있다. 보수 진영 및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올바른 역사의식과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정 교과서 이슈를 ‘역사의식과 이성적 판단’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입장에서 정부의 무능을 덮을 수 있는 이슈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그런 점에서 최근 '국정교과서 찬반' 여론조사는 야권에게 또 다른 신기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여론조사 문항을 "국민께서는 국가경제, 국민생활, 박근혜 정부 무능, 국정 교과서 중 지금 어느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것으로 조사가 진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금 여론조사는 모든 관심을 애써서 ‘국정 교과서’에 몰두하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말이다.분명하게 말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불순한 의도가 있으며 선진적 상식에서 벗어난 형편없는 결정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러한 정부여당의 아집을 감정적 요소로 건드리게 될 경우, 진영 간 대결을 초래하면서 선거 때마다 스윙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들마저 편 가르기가 돼서 결국은 지난 대선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며칠 전, 기특한 청소년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그 와중에 그런 학생들을 향해 발길질을 한 어떤 ‘꼰대’스러운 아저씨를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아저씨를 한심하게 생각했겠지만, 저들에게는 "이념대결이다! 우리 편은 움직일 준비해라!"라는 시그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야권은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념 대리전, 세대 간 대리전’을 또 치를 것인가? 그래서 이긴 적이 있는가? 분명하게 말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트랩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야권은 그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지적하며 걸고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게 치킨이 팔리지 않아서 걱정인데, 국정 교과서에 반대할 힘도 없다"고 푸념하는 많은 국민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선거에서 승패를 판가름 나게 해주는 결정적인 표는 바로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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