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세진 기자]‘짭새, 민중의 곰팡이, 견(犬)찰, 권력의 시녀….’
오는 21일로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는다.
광복 후 미국 군정 시절인 1945년 10월 21일 만들어진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서 국민들의 충실한 버팀목이 돼왔지만, 독재 시절을 지나 민주주의가 꽃피우기까지 때론 ‘정권의 하수인’이란 오명을 얻는 등 지난 70년은 영욕(榮辱)의 세월이었다.
여전히 경찰에 대한 다양한 은어들이 보여주듯 아직 국민과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이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겠지만, 동시에 이젠 경찰 인권 문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란 목소리가 나온다.
그들도 경찰이기 전에 한 국민이자 한 인간이기 때문에 폭행, 폭언 등으로 계속해서 기본적 존엄성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결국 국민들에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찰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개선돼야 좋은 인력이 경찰로 모일 수 있고, 그래야 양질의 치안 서비스도 제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모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모(32) 순경은 “경찰이 되고 나서 술 취한 상태에서 순찰차에 토하고 대ㆍ소변까지 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며 “치우는건 항상 내 몫인데 그럴 때마다 ‘내가 X 치울라고 경찰됐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파출소에선 한 20대 남성이 담배꽁초 투기를 단속하는 경찰을 때려 붙잡혀 왔다.
조사를 받던 중 근무하던 한 경찰에게 “억울하니 복싱 스파링을 한판 뜨자”고 말했다.
이로 인한 황당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뒤늦게 달려온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체육관을 잡아주겠다며 거들었다.
파출소 직원들은 밤새 이 부자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 8월 어느 새벽엔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 30대 여성이 서울 강남경찰서로 잡혀 들어왔다.
그런데 이 여성은 다짜고짜 담배를 가져오라며 고함을 치고 거친 욕설까지 내뱉었다.
경찰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이 여성은 “ X 돼봐라”며 옷을 입은 채로 그 자리에서 대변을 봤다.
순간 실내엔 지독한 대변 냄새가 진동했고, 급히 여경을 불러 샤워를 시킨 후에 다시 조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경찰은 어느새 가장 격한 감정노동을 겪는 직업 중 하나가 돼버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730개 직업의 감정노동 강도 비교ㆍ분석’ 자료에 따르면 불쾌하거나 화나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경찰관이 꼽혔다.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5월 경찰관 85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2%가 매월 1~4건의 악성 민원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업무 중 가장 큰 스트레스론 감정노동으로 꼽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나라에서 가장 말 안 듣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며 “경찰을 우습게 보면 그 피해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국에선 ‘시민은 경찰이고, 경찰은 시민이다’란 말이 있는데 한국에선 이를 비꼬아 ‘시민은 시민이고, 경찰은 경찰이다’란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집행 중 순직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경찰도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순직 경찰관 수는 10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순직한 경찰은 모두 69명에 이른다.
공상(公傷ㆍ공무 중 부상)을 당한 경찰의 수는 지난해 1483명에 달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안전사고가 718명으로 가장 많았고, 피습으로 인한 부상과 교통사고가 각각 413명, 317명씩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공상자는 9552명으로 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경찰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치안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 상태다.
2014년 말 현재 경찰관 수는 10만9364명으로 1인당 담당인구는 469명이다. 미국(259명), 독일(264명), 영국(256명)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배 가까이 부담이 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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