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며느리도 쓰고, 손주도 쓰고…양심도 패스하는 시니어패스(어르신 교통카드)’
만 65세 이상 경로 우대자를 위한 시니어패스를 빌려서 무임승차를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부정승차로 지하철 재정이 누수되면 운임 상승 등 전체 시민들에 피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한 역에서 한 남성이 시니어패스로 개찰구를 통과했다.
어려 보이는 외모 탓에 지하철 직원이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40대로 본인 것이 아닌 부모님시니어패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 관계자는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60대라고 해도 속을 만한 40∼50대 연령 위주로 다른 사람의 시니어패스를 발려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니어패스를 이용한 부정승차는 이웃에서 빌리거나, 가족끼리 돌려쓰는 경우, 어린 손주에게 건네주는 경우 등 형태가 다양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로부터 받은 ‘지하철 부정승차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패스를 이용한 부정승차는 최근 5년간(2010년∼올해 8월말) 4만1000건에 달했다.
전체 지하철 부정승차 적발 건수가 19만건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21%가 시니어패스를 이용한 부정승차인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977건, 2011년 1330건, 2012년 5854건, 2013년 1만3880건, 2014년 1만97건, 올해 8월말까지만 9603건 등으로 4년 만에 10개 넘게 늘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니어패스 부정승차 역시 다른 부정승차와 마찬가지로 적발 시 원래 요금의 30배가 부가금으로 징수된다.
2010년 3100만원이었던 부가금은 지난해 3억7000만원, 올해 8월까지만 3억6000만원에 달했다.
시니어패스 부정승차 발생은 답십리역(1760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광명사거리역(1733건), 광화문역(1565건), 강남구청역(1275건), 둔촌동역(1122건), 이태원역(1035건), 가산디지털단지역(100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시니어패스를 빌려 쓰는 것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형편이다.
은평구에 사는 박모(60)씨는 “아직 시니어패스를 쓸 나이가 아니지만 외출할 일이 있으면 친하게 지내는 이웃의 것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법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이 같은 부정승차를 모두 다 적발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하철 관계자는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며 떼를 쓰는 통에 그냥 돌려보내는 일도 종종 있다”고 했다.
한 역 관계자는 “적발되지 않는 경우까지 따지면 시니어패스 부정승차는 훨씬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