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유아인의 전성시대다. '반올림'으로 데뷔해 드라마 '최강칠우', '성균관 스캔들', '결혼 못하는 남자', '패션왕', '장옥정', 밀회', 영화 '좋지 아니한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완득이', '깡철이', '베테랑', 그리고 '사도'까지. 지금까지 불안한 청춘을 주로 연기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베테랑'으로 역대급 악역 탄생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스크린을 통해 사도세사 그 자체로 분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단단한 연기력으로 꾸준히 제 할 일을 해온 이 배우에게 이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사도’는 10월 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개봉 이후 누적관객수는 562만 3286명이다. '암살', '베테랑'에 이어 거센 한국 영화 열풍을 이어가고 가고 있는 '사도'는 550만을 넘어서며 또 다른 기록을 세우기 위해 정진 중이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 분)의 이야기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냈다.
다음은 유아인과 일문일답
- 사도세자는 실존 인물이다. 보통 가상의 인물을 연기할 때와 실존 인물을 불러와야 할 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작품 속에서 본 사도는 있었다. '비밀의 문'의 이제훈씨 연기도 봤었다. 기본적으로 관련된 서적을 찾아봤다. 물론 찾아보기도 전에 제작사에서 공부하라고 메모리칩에 자료들을 수집해서 주셨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다보니 조금은 알고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연기 입장에서는 스스로 제한이나 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이 스스로 디렉션을 주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길 바라는 타입이라고 하던데. 배우가 느끼기에 실제로는 어땠는가.
이준익 감독님이 배우들의 연기를 두고 방임할 수 있다는 건 감독의 입장에서 자기의 울타리 안에 만들어 놓은 설정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컷에 대한 자신의 그림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라' 그런 식으로 접근하신다. 러프하다 느낄 수 있지만 다른 변화에서 봤을 때 훨씬 계획적인 분일 수도 있다.
- 울분에 사로잡혀 그 화를 터뜨리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송강호도 유아인의 연기가 전형적인 틀이 아닌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냈다고 칭찬하던데.
교본 같은 연기들이 있다. 악인에게 당연하게 나오는 것들이 있고, 나도 끊임없이 그것들을 관람한 입장이라 내 몸을 맞추게 되는 본능이 있다. 그 편의가 너무 좋으니까. 그것을 조금 경계한다는 말씀을 송강호 선배님께서 해주신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은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신다. 물론 새로운 게 제일의 가치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선 안에서 새로운 접근방식, 해석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그저 따라가려고 한다. 그래야 좋은 배우, 대체 가능과 대체 불가능의 지점이 생기는 것 같다. 전형을 복제한 사람은 안정적이지만,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무조건 새로워야돼'라고 무조건 피해가는 것도 좋은 건 아니다. 그저 가장 정확하고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에 기인한 이후, 그 다음에 어떻게 내 방식으로 시대의 적절한 새로움을 변주시켜 보여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사도' 속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결말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결말이 나와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연기하는 것이 부담은 되지 않았는가.
정해진 결말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빽빽하게 채우지 않으면 불충분하다. 사건적인 결과 즉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가는데 구멍들로 작용할 것 같은 것을 오바 되지 않은 선에서 빽빽하게 끌고 가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 연기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어떤 장면이었는지?
침전 앞에 도달 했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 .영조와 정조 사이에서 스스로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 순간을 연기하는게 힘들었다. 기꺼이 피해자가 되고, 아들에게 가진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 송강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는지? 송강호는 유아인이 살갑지 않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나는 대범한 아이가 아니다. 그럴 바에는 조금 무서워하고 알아서 긴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안정을 찾아야지만 연기 할 때 동등해질 수 있다. 나도 후배한테 다가가는 것이 어렵다. 꼰대가 되고 싶지 않고, 강압적이고 싶지 않다. 무서워하길 원하지도 않는다. 후배들에게 몇마디 조언해주면 집에 가서 땅일 치고 후회한다. 양쪽의 조금 더 큰 틀 안에서 중요한 것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모든 관계들이 큰 틀에서 바라보면 사소한 것들로 전체를 흔들지 않을 수 있다.
- 유아인을 실제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맞다. 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 아가들이 들어와있는 것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을 없애버릴 수도 없고.(웃음). 불편한게 있다. 그리고 나는 조카만 봐도 다음 세대로 밀려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