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ㆍ김윤희ㆍ이슬기 기자]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따른 수출 한국호(號)의 셈법이 복잡하다. 우리가 빠진 상황에서, TPP 12개 회원국 중 일본ㆍ멕시코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메가 FTA인 탓에 ‘FTA 우등생’ 한국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크다. 특히 일본은 제조업 강국이며, 멕시코는 세계 최대 시장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다. 이들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한국이 처한 상황이 다양해지면서 TPP 타결에 따른 교역 시나리오도 늘어나고 있어,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번 TPP 타결로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혜택은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자동차부품이다. 관세 철폐(2.5%에서 0%)는 엔저에 이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 개선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은 2010년 이후 꾸준한 증가를 보이는 효자 품목이다. 같은 기간 41억2000만달러에서 66억여달러로 상승했다.

KOTRA 관계자는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TPP 역내 국가인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둔 기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화가 답이란 설명이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는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일본 등에서 직수입하는 메이커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자동차의 수출에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서 많은 물량을 생산하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받으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가 일본의 자동차 생산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은 “한미 FTA를 통해 얻은 일본 대비 우월한 대미 교역 조건이 이번 TPP 체결로 다소 희석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한미 FTA 일정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현재 2.5%에서 내년부터 0%로 철폐된다. TPP 발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내년부터 미국 내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 분야 최대 수혜국은 베트남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베트남을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TPP 가입국에 중간재 수출을 확대해 생산기지로 활용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국내 산업 공동화는 불가피해진다.

전기ㆍ전자 분야는 IT 주력품목 정보기술협정(ITA) 무관세로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다만 중간재 수출에선 타격이 우려된다. 2012년 기준 TPP 12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 수출은 각각 1180억달러, 1260억달러로 비슷하다. 그러나 TPP 타결에 따른 관세인하 바람을 타고 일본이 해당 부문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시장 중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 기자재 등 주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업종들도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별다른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철강 업종도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품은 가격대가 높아 관세 인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TPP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만큼 향후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특히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FTA 협상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무역업계도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구체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