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11월말 시작되는 MBC에브리원 8부작 드라마 ‘상상고양이’에 유승호와 함께 주연으로 발탁돼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캐스팅된 게 아니냐는 것. 게다가 상대역이 유승호라는 점도 조혜정에게는 불리하다. 차라리 남녀 주인공 둘 다 신인으로 기용되는 게 조혜정에게는 나을 뻔 했다.

조혜정의 드라마 주연 캐스팅 관련 기사들을 보면 거의 “논란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돌파하면 된다”고 쓰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노이즈와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 이런 류의 금수저 논란은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생태계에 올라오면 일시적이고 무차별적이다. 그 다음부터 배우를 좌우하는 건 연기력이다. 이 상황에서 연기까지 못한다면 조혜정에게 가해질 비난의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혜정 금수저 논란은 예상보다 훨씬 커진 게 문제다. 아버지가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은 직업 분야에 자식이 들어올 경우 어느 정도 금수저 논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조혜정의 경우 캐스팅과 관련한 금수저 논란을 바라보는 대중과 혜정 측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조재현조차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연예계를 지망하는 자식을 둔 연예인 아빠들은 대개 조심을 한다. 오히려 자신으로 인해 자식이 오해를 받고 상처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재현은 그동안 혜정이를 캐스팅하자는 여러 제의들을 모두 뿌리쳤다고 했다. 그런 제의중 몇 개는 자신이 강의하는 경성대 학생들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배우 정경호가 ‘미한하다 사랑한다’에 출연한 직후 정을영 PD에게 아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그런 아들을 둔 적이 없소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순간 “이 분이 장난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이 자기 힘으로 커라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었다. 아들이 자신과 연관 지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차탄했다. 하정우도 초기 몇년간은 김용건의 아들인지 몰랐다.

조재현의 딸 혜정도 연기자로서의 단계를 밟으며 연기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빠는 딸에게 연극은 바닥부터 시작하고, 영화는 독립영화부터 해라고 했다. 지원서중 이력서에는 조재현의 이름을 빼게 했다.

혜정이 처음부터 주연을 꿰찬 게 아니다. 드라마 단역(신의 퀴즈)부터 시작해 두 편의 드라마 조연으로 촬영을 끝냈고, 연극 스태프, 독립영화 단역과 주역을 거쳤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독립영화는 아직 개봉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빠를 부탁해‘에서도 각종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혜정의 모습이 자주 나왔다.

그럼에도 대중은 조혜정에게 논란과 비난을 가한다. 조혜정의 이번 캐스팅은 드라마 제작진의 필요에 의해서 이뤄졌지만 아빠빨이 없는 건 아니다. 혜정은 아빠 덕에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할 수 있었다. 상상고양이 관계자는 “조혜정이 방송에서 보인 톡톡 튀는 귀여운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흙수저’들은 가지기 힘든 기회의 상관고리가 캐스팅의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연예인에게는 첫발을 어디에 두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방송인이나 예능인이 되고 싶다면 몰라도, 애초에 연기자를 꿈꿨다면 예능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배우가 연기자로서의 이미지가 형성되기 전 예능부터 나오면 이미지가 깨져버린다.

조혜정의 경우 배우로서의 단계를 처음부터 하나씩 밟고 있음에도 대중은 혜정의 첫발이 예능인 것처럼 인식된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번은 겪어야할 연예인 2세들의 통과의례가 무척 힘들게 된다. ‘감기’로 막을 수 있는 걸 ‘독감’까지 걸려가며 견뎌내야 한다. 조혜정 캐스팅을 통해 연예인 2세의 금수저 논란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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