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규모 사상최대…원인 · 전망
농가서 닭들이며 방역당국에 신고안해 방역관은 현장방문 없이 승인서 발급도 가금류 사육농가 대형화도 원인
남아있는 가창오리 개체수 7% 안팎 “따뜻한 날씨·봄비…AI 더 안퍼질듯”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는 발생 단 두 달여 만에 살처분 규모 사상 최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AI 감염 철새라는 자연재해와 차단방역 허점이라는 인재가 겹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I 살처분 규모 사상 최대=당국이 차단방역을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존 발생농가 500m 이내에서 3㎞ 이내로 넓혔지만 AI는 야생철새를 따라 전국의 주요 철새도래지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철새 분변 등에 AI 바이러스가 남아있다고 해도 농가로 들어가지 않게 차단방역만 잘해도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차단방역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축산과학원에서도 AI가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일반농가의 경우 완벽한 차단방역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도 살처분 규모의 확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살처분 농가수로 보면 420개 농가로 지난 2003~2004년, 2006~2007년 각각 392개 농가, 460개 농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살처분 마리수는 크게 늘어났다. 살처분 규모는 2003~2004년엔 528만5000수, 2006~2007년엔 280만수에 불과했다.
▶‘2차 감염’이 후반 피해 키워=충북 음성과 경북 경주 농가와 같은 2차 감염은 정부의 초기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헛수고로 만들었다.
경북지역 첫 AI 발생지인 경주 천북면 양계농가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이전 AI 발생지역인 경기 평택(남양만)에서 닭 5200마리를 들여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 농가는 닭을 들이면서 방역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평택의 분양 농가를 담당한 가축방역관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팩스로 이동승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입식을 자제하고 입식할 경우 입식의향서를 제출하고 입식신고를 하도록 권장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AI 한 풀 꺾이나=사상 최악이었던 AI 기세도 조만간 한 풀 꺾일 전망이다. 이번 AI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가창오리가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는 데다 날씨도 우호적이다.
가창오리는 북상을 시작한 것으로 관찰됐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주요 7개 철새 도래지의 가창오리 개체수는 총 2만6240마리로 집계됐다. 발병 초기인 지난 1월 말 시행한 조류 동시센서스 당시 관찰된 36만5000마리의 7%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나 AI의 진원지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는 가창오리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창오리 개체수가 지난달 10만~20만마리를 유지하다가 이달 10일 조사에서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시기상 북상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하고, 이번주 들어 전국에 비가 오는 것도 AI가 더 이상 퍼지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AI에 감염된 야생철새의 분변이 빗물에 씻겨져 내려갈 경우 전파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안상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