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1997년 4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더 패터슨(36ㆍ사건 당시 18세)이 23일 새벽 국내로 송환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패터슨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범인이 ‘에드워드 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같은 사람. 난 언제나 그 사람이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살짝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며 재차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어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 난 지금 (이 분위기에) 압도돼 있다”는 말을 남긴 채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이르면 10월 첫 재판 열릴 듯=패터슨의 송환에 따라 향후 재판 일정도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피고인인 패터슨이 국내에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 4년째 계류 중이다.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해 다음 달 중 첫 심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건 발생 뒤 워낙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재판부나 검찰 측에서 패터슨이나 관련 증인들의 진술을 제대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본 재판을 준비하는 기간인 ‘공판준비기일’에만 몇 달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패터슨이 본격적으로 공판 전까지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을 공산도 크다.
패터슨이 범행사실을 적극 부인하는데다, 사건 자체도 18년이 지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부검결과와 ▷에드워드리의 진술 신빙성 ▷사건 발생 직후 초동수사를 담당한 미 육군범죄수사사령부(CID)의 보고서 채택 여부 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부검 결과…가해자와 피해자의 키 차이는?=향후 재판에서는 먼저 피해자 조중필(당시 23세)씨가 사망에 이른 목 부위 상처를 2명의 피의자 아더 패터슨과 동갑내기 친구 에드워드 리 중 누가 냈을 가능성이 높은지 부검 결과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담당 형사는 아더 패터슨의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패터슨의 손에 미국 갱단 마크가 있으며 살해 방법이 갱단의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을 근거로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사건을 맡은 검사는 “가해자의 키가 피해자의 키보다 크다”는 부검결과를 받아들였다.
피해자 조씨의 키는 176㎝로 패터슨의 키는 172㎝인 반면 에드워드 리는 180㎝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리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는 “피해자가 공격을 받고 숙인 상태 내지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피해자 보다 키가 작은 범인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 진술 증명력은?=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는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이다. 피해자 조씨 외에는 패터슨와 에드워드 리 밖에는 없었다.
결국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공범 내지는 둘 중 한명은 방조범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결국 당시 유일한 목격자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리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난 (에드워드 리의 살인 혐의) 재판에서 에드워드 리의 법정 진술이 증거로서 인정되는 증거능력은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것을 믿을 수 있는지, 즉 증명력은 담당 재판부에서 새로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에드워드 리를 증인으로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재판에 출석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편 당시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 둘 외에 제3의 인물인 친구 A씨가 함께 있었으나, 소환 될 것인지와 설령 소환 되더라도 사건발생 18년이 흐른 만큼 그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최초 수사기록 미군 CID…얼마나 인정될까?=사건 발생 직후 미 육군범죄수사사령부(CID, Criminal Investigation Command)는 초동 수사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CID는 패터슨의 옷에 에드워드 리의 옷보다 훨씬 많은 피가 튀었고, 패터슨이 범행 직후 옷을 태웠으며, 범행에 사용된 칼도 버리며 물적 증거는 인멸됐다고 밝힌바 있다. 또 CID 수사결과 보고서에는 패터슨이 친구들에게 조씨를 살해 했음을 말했다는 등의 증언 역시 종합해 담겨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 CID 조사보고서가 증거로서 과연 얼마나 법정에서 채택될 지 여부가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핵심이 되지 않을 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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