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신들의 계층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구분하는 이른바 ‘수저론(論)’이 만연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각기 다른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청년들도, 그 격차가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크거나 ‘경쟁의 룰’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면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17일 서울의 유명 대학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각종 ‘수저론’에 관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채용 시즌을 맞아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취업준비생들은 ‘부모 잘 만난’ 금수저에 대한 부러움이나 혐오를 나타내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청년들은 특히 ‘금수저’들이 소위 ‘빽’을 이용해 취직에 성공하는 ‘현대판 음서제’ 사례가 알려질때마다 크게 분노하고 또 좌절한다.

15일엔 최경환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으로 근무했던 황모씨가 36명을 선발하는 공기업 채용에서 2299등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최 부총리는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감사원 측은 “점수가 조작되고 면접 결과까지 뒤바뀌어 합격했다”며 채용 부당으로 결론내고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날 고위공직자 아들 18명이 국적 버리고 병역 기피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국회의원 자녀들의 대기업, 공공기관 특혜 취업 의혹은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청년들 사이에 ‘수저론’이 만연한 가장 큰 이유는 계층 간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81%)은 ’우리나라에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3년 75.2%에서 5.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대다수 사람들은 한국사회에서 계층 이동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계층 상승을 하기 힘들어지면서 이같은 냉소적 ‘수저론’이 당분간 만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더이상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다는 건 계층 이동에 있어서 부모 자본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평범한 집안의 자녀가 치열하게 노력해 명문 대학에 입학한다 해도 부모 자본의 효과는 끝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금수저’인 상류층 자녀들이 그들과 부모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격차가 다시 벌어진다”며 “심지어 서울대 내에서조차 강남ㆍ특목고 출신이라는 ’1부 리그‘가 존재하고 나머지는 2부 리그에 속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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