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27ㆍ여) 씨는 인터넷에서 2만7000원짜리 고추냉이 스프레이 한 개를 주문했다. 며칠 전부터 고향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호신용품 하나 사서 다녀라”라는 성화에 못 이긴 것이다.

김씨는 외출할 때 부적처럼 가방 속에 항상 스프레이를 지니고 다닌다. 김씨는 “그래도 저항 못하는 상황에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함을 토로했다.

최근 ‘장롱 살인사건’, ‘트렁크 살인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한 여성들이 휴대용 경보기나 호루라기, 스프레이,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들을 찾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강력범죄는 총 1만5227건으로, 이중 1만3344건(87%)이 여성 대상 범죄다.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8만6784건 가운데 여성 대상은 7만7597건(89%)에 달한다.

동기를 예측할 수 없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도 기승이다.

묻지마 범죄는 2012년 55건, 2013년 54건, 2014년 54건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살인이나 상해 등 중범죄였다.

특히 이번 ‘트렁크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을 납치한 곳이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들은 주위에 도움을 청할 곳 없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호신용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오픈마켓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달 16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 간 호신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0% 증가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호신용품 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것은 립스틱 모양처럼 생긴 스프레이”라며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법도 간단하며, 상대에게 일시적 시력상실과 호흡곤란을 줄 수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는 1만~2만 원대부터 10만 원대에 이르는 고급 제품까지 다양하다.

과거에도 어린이 유괴사건이나 사회적 파장이 큰 잔혹한 범죄가 발생하면 호신용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실제로 1997년 박모 양 유괴살해사건이 발생하자 전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휴대용 호루라기나 경보기를 아이 가방에 매달아 학교에 보내는 것이 필수가 되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호신용품 전문점 현대안전산업의 김성진 사장은 “잔인한 살인사건이나 유괴 사건이 벌어지고 나라가 떠들썩하면 곧바로 호신용품 문의가 늘어난다”며 “지난주 트렁크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정도 사이 판매량이 서너 배 늘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신용품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방에게 호신용품을 빼앗기면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잘 파악하고 사용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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