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정말로 이것이 나랏일이 아니라 집안일이었더라면, 영조와 사도가 왕과 세자가 아닌 그저 아버지와 아들이었다면 이러한 비극이 일어났을까.영화 ‘사도’는 왕과 세자로 만났기에 불행했던 한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도세자, 임오화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이준익 감독은 사실에 입각한 ‘정통 사극’을 지향했다. 다만 익숙한 소재에서 오는 진부함은 왕과 세자의 이야기를 ‘가족사’로 풀어낸 색다른 시각으로 희석시켰다.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 역시 신선하다. 딱 한 줄로 개략하자면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있었던 8일 간의 이야기다. 그 사이사이 과거의 이야기를 플래시백 기법으로 삽입하며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오간다. 이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또한 영조에서 정조에 이르기까지, 3대 56년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영조와 사도, 그 인물 자체가 된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의 열연이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 세자로 분한 유아인은 한 청년이 마음의 병을 얻고 점점 광기에 휩싸여가는 모습을 영화 전반에 걸쳐 치밀하게 그려졌다. 유아인은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도의 절망을 온몸으로 토해냈고, 보는 내내 이 젊은 배우의 섬세하고 빈틈없는 감정 연기에 혀를 내두르게 했다.또한, 연기적인 면에서 어떤 찬사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배우 송강호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러 ‘역시 송강호’라고 새삼 깨닫게 만든다. ‘역사가 스포’라고 하던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마지막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영화가 어떠한 식으로 흘러가든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지만, 송강호의 연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긴 시간을 할애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감독이 이미 밝힌 대로 배우 송강호에 대한 믿음으로 밀고 나간 장면이다. 9분여 되는 해당 장면에서 송강호는 아버지이지만 왕이어야만 했고, 왕이지만 아버지일 수밖에 없는 영조의 고뇌와 슬픔을 담백한 화법으로 그려냈다. 송강호의 과하지 않고 절제미가 느껴지는 연기는 오히려 비극을 배가했다.영화는 시종 비장미가 넘쳤고, 내용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웃음 포인트가 없었느냐 하면, 초지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들과 세자를 지키려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사극 영화 거장’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영상은 처연하고 아름다웠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다.무엇보다 영화는 ‘정치사’가 아니라 ‘가족사’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사실 임오화변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부터 배태된 영조의 ‘정통성 콤플렉스’, 노론과 소론의 당파 싸움, 사도가 미쳐갈 수밖에 없었던 그를 둘러싼 상황들,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제 피붙이를, 그것도 8일 간 뒤주에 가두는 잔혹한 방식으로 죽이게 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만든다.
이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고, 다뤄줘야 하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주변 상황을 과감하게 축약하고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에 집중한 결과, 아버지의 사랑이 고팠던 아들과 아들을 제 손으로 죽게 했던 아버지의 슬픔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조의 두 번째 아들 이선, 시호는 사도(思悼).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영화는 제 손으로 죽인 자식을 그리며 ‘너를 생각하며 슬퍼하노라’고 말하는 영조의 마음을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자식이 없는 입장에서도 ‘아버지’ 영조의 심정에 십분 젖어들며 눈물 흘리게 한다. 물론 엔딩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이러한 점에서 영화 ‘사도’는 참 잘 만든 영화다.한편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세자,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영화 ‘사도’는 9월 16일 개봉한다.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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