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38)씨는 이번 추석에 친척들로부터 ‘결혼은 언제하냐’는 말을 들으면 아예 “혼자 살 것”이라고 독신주의 선언을 해버릴 계획이다.

A씨도 어렸을 땐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신이 됐다.

A씨는 ‘내가 버는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하는 자유로운 삶이 좋아서’ 독신을 택한건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 등 경제적 어려움에’ 결혼을 포기한건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자신처럼 짝을 찾지 못한 ‘올드미스’, ‘올드미스터’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A씨는 위안을 삼았을 뿐이다.

'자의 반 타의 반'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을 택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정부가 먼저 결혼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대책 마련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73.5%에서 2014년에는 절반 수준인 56.8%로 감소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6건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 혼인 건수를 15세 이상 남자인구, 여자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하는 ‘일반 혼인율’도 1990년 통계 작성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는 30만5507건으로 2013년(32만2807건)보다 1만7300건, 5.4% 감소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전체 이혼 건수는 11만5500건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년 단위로 내놓는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미혼 남녀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일자리, 주거, 자녀교육비 부담이었다.

미혼 남성과 여성의 80% 이상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려워서’, ‘집 장만 등 결혼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혼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서’ 등의 3가지 항목을 결혼을 늦게 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단지 젊은층의 결혼관이 변하면서 독신주의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 조사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독신의 삶을 즐기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남녀 모두에서 줄었들었다.

남성의 경우 2009년 79.9%에서 2012년 65.7%로 크게 줄었고, 여성도 83.2%에서 79.1%로 감소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결혼이 ‘상수’였지만 이제는 피할 수 있는 ‘변수’가 됐다”며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포기’라기보다는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결혼은 고용 문제와 주거 문제, 보육 및 교육 문제 등 사회 구조적 차원의 문제가 중첩돼있어 그대로 놔두거나 작은 정책으로는 풀릴 가능성이 없다”며 “정부가 해결 의지가 있다면 범정부적인 종합 대책 마련해 우선 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당수 젊은층은 우리 사회가 현재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에도 나아지리란 기대가 별로 없는 상태”라며 “주택 문제, 소득구조 개선, 노동시장 안정화 등 근본적 문제들이 적어도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야 청년들이 결혼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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