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증가하는 부실기업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기준 10대 은행의 부실기업이 총 7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도 퇴출보단 ‘일단 살리고 보자’식의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0대 은행 부실기업 총 74곳=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업신용위험상시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징후기업(C급)과 경영정상화 기능성이 없는 정리대상 기업(D급)이 총 16곳으로 10대 은행(KDB산업ㆍ신한ㆍKB국민ㆍ우리ㆍ하나ㆍ외환ㆍ농협ㆍIBK기업ㆍ한국씨티ㆍSC은행) 중 부실기업 수가 가장 많았다. C급이 2곳, D급이 16곳으로 나타났다. 총 평가기업수 159개 중 10.1%가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부실기업인 셈이다.
은행의 기업신용위험상시평가는 은행권 전체 신용공여액(대출+보증) 합계가 500억원 미만인 기업 중 은행당 10~100억원 이상인 업체 가운데 ▷최근 3년간 연속해 이자보상배율 1.0배 미만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의한 신용등급이 ‘요주의’ 이하 ▷각 은행이 내규에 따라 관리하는 부실징후기업 ▷기타 급격한 신용도 악화, 제2금융권 여신비중과다, 연체장기화 우려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신용평가 결과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한 경우 A등급,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경우 B등급, 구조적 유동성 문제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경우 C등급, 정리대상이 되는 경우 D등급 등 4단계로 분류한다.
2위는 KB국민은행으로 총 15곳의 부실기업을 보유했다. 총 184개 평가대상기업 중 C등급이 4곳, D등급이 11곳이었다. 우리은행은 C등급 기업이 10곳, D등급 기업이 3곳으로 총 13곳의 여신기업이 부실했다.
그 뒤로 ▷KDB산업(9곳) ▷IBK기업(8곳) ▷하나(5곳) ▷신한ㆍ외환(각 3곳) ▷한국스탠다드차타드(2곳) ▷한국씨티(0곳) 순으로 부실기업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 회생가능성 없지만 일단 살리고 본다=문제는 부실기업 처리 방식이 소극적이란 점이다. 회생가능성이 없어 정리대상 기업으로 분류했으면서도 되도록 살리는 쪽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원칙대로라면 D등급의 경우 회생절차(구 법정관리) 또는 청산 등 공적 구조조정 및 처분을 통해 매각 또는 퇴출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각 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D등급 기업에 대한 정리추진현황을 보면 대부분 정리보단 살리는 방향이 대세였다.
NH농협은행은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9곳의 업체에 대한 정리를 진행중인데 처리방식은 ▷워크아웃진행 ▷계속사업진행 ▷기업채권매각 등 기업 생존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총 4개 기업을 정리중인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KEB하나은행도 담보물 경매 및 공매 등 당장 손실을 메우는 데 집중했다. 대출기업이 사라질 경우 그동안의 대출금 등 상당부분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C등급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대출기업이 워크아웃을 선언할 경우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불이익이 불가피해 은행이 워크아웃 미개시 기업에 대출금 상환 유예, 대환대출 집행 등으로 관대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결정돼도 그마저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채권단간 이견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부실기업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금융법인 2만 5452개 중 한계기업(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수는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3295개(15.2%)로 늘었다. 이들 한계기업의 부채비율도 171.1%에서 238.5%로 증가했다. 자본잠식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도 52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올해는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연 1.5%)수준을 유지하면서 예년같으면 망할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나마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부실기업의 대출만기 연장 및 신규 지원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라며 ”보다 엄격한 여신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유암코를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유암코도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생각보다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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