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올들어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받았던 ‘스팩(SPAC)’의 합병 철회가 잇따르면서 투자 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루면서 합병 대상 기업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증권사 관계자들의 푸념도 잇따른다. 스팩 상장이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달려들었던 것이 원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합병 철회가 확정된 스팩은 모두 4개에 이른다. 선바이오, 엔지스테크널러지, 글로벌텍스프리, 판도라TV 등이 스팩 상장을 공시했다 이를 뒤집었다.

특히 가장 최근에 합병 철회가 확정된 판도라TV의 경우 합병 적절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에 부적절한 부분이 확인돼 금융감독원이 직접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합병이 철회되자 지난 13일 하나머스트3호 스팩 주가는 하루만에 22%가 급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합병 취소가 올해만 유독 많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우리스팩2호와 합병을 추진했던 큐브엔터테인먼트가 합병 철회 공시가 있었지만, 올해 정상적으로 상장됐다.

문제는 스팩 상장이 인기 몰이를 하자 증권사들이 앞다퉈 스팩을 대거 상장하면서 과열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상장한 스팩은 33개에 이른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두 해 동안 상장한 스팩 수가 28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증권사는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상장사는 상장 기간 단축이라는 잇점을 누릴 수 있어 스팩을 선호하는 현상이 장기화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과열 징후로는 지난 5월에 합병이 철회된 선바이오와 엔지스테크널러지 사례가 꼽힌다. 다소 무리하게 합병을 진행하다 상장 과정에서 좌초된 사례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지정감사제를 피하려고 다소 무리하게 일정을 당겨 3월에 합병 결의 신고서를 제출했고, 이후에 문제가 생겨 합병 철회까지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정감사제가 실시되면 합병 기간이 최소 수개월은 늦춰지게 된다. 절차도 까다롭다”며 “3월에 합병 결의 신고한 회사가 급증한 것도 지정감사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스팩 상장 기업을 찾다보니 증권사간 과당경쟁도 일어난다. 증권사 IB 담당자는 “한 업체가 증권사 5~6곳을 돌면서 상장 비용, 합병 비율 등에 대해 견적을 뽑아가는 상황이다”며 “될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업계에 소문이 나있는 상태고, 이제는 진흙 밭에서 진주를 찾아야 하는 차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공정 주식 거래 의혹도 스팩 시장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슈다. 어느 스팩이 어떤 기업과 합병하느냐가 주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보다 가중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6월부터 각 자산운용사들이 스팩펀드를 만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올들어 상장한 엘아이지에스스팩, 대우SBI스팩 등은 거래 초기 며칠간 폭등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거래소도 주가가 급등하는 스팩에 대해 소수계좌 매매 과다 관여 등의 투자주의 공시를 낸다.

스팩이 정식 회사 명칭으로 사명 변경 된 이후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투자자들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다. 우리스팩2호와 합병해 상장된 큐브엔터는 고점대비 30% 이상 주가가 떨어진 상태고, 교보위드스팩과 합병해 상장된 엑셈 역시 고점대비 주가가 50% 가량 급락한 상태다. 하나머스트스팩2호와 합병한 우성아이비 역시 주가가 40% 가량 곤두박질쳤다. 사명변경 후 주가가 스팩 때 보다 오른 종목은 심엔터테인먼트(현대드림스팩2호) 등 소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