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향해) 해양플랜트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이상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완전히 깜박 속았다. 해양플랜트가 해외 유수 기업과 싸워 도약할 수 있는 기술이라 자랑했는데, 바보 멍텅구리가 됐다”<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2분기 3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과 그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 참가한 여ㆍ야 의원들은 전ㆍ현직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관리자(CFO)를 향해 “해양플랜트를 처음 수주했을 때나 사업 초기에는 손실을 예측하지 못했나?”, “지난해에는 손실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을 쏟아내며 대형 손실의 책임소재 찾기에 골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대 손실 발생 가능성을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까맣게 몰랐다는 ‘답답한’ 사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가 결국 정부와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위기감을 고려하면 여ㆍ야 의원들의 이 같은 모습은 일견 이해가 간다. “불이 왜 났는지를 알아야 또 다른 화재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도 정당성을 가진다.
문제는 여ㆍ야 의원들이 ‘범인 찾기’에만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정작 ‘어떻게 불을 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일부 여ㆍ야 의원들은 조선ㆍ해양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해양플랜트 자체를 모든 참극의 원인이자, 다시는 언급해서도 손대서도 안 될 ‘터부(taboo)’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밝힌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 날 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되살릴 가치가 없고, 대한민국에 계속 부담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우리를 꿈에 부풀게 했던 해양플랜트를 설계와 시공은 결국 아니었다는 것이다. 비통하다”고 우리 해양플랜트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 조선산업의 해양플랜트 건조(시공)능력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특히 현대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공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조 부문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유가 상황 속에서 인도 지연이 발생, 손실이 커졌지만 단견(短見)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을 놓아버리면 향후 우리 조선업계가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우려가 조선업계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해양 굴기’를 목표로 선박ㆍ해양금융을 지원하는 등 우리 조선업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대형 손실의 원인과 실태 파악 시기를 놓친 범인을 찾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섣불리 ‘해양플랜트 무용론’을 들먹인다면 우리 조선산업이 나아갈 미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해양플랜트 설계 전문가 양성 ▷관련 기자재의 국산화 투자 등 산업정책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