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획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 존폐와 맞물린 선거구획정은 의원들의 내년 총선 사활이 걸려 있는 사안이다. 이해관계와 얽히면서 좀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목에 달 방울’만 계속 떠넘기다 시간만 낭비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선거구획정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선관위 소속 독립기구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0대 총선 지역구 수를 244~249개 범위 내에서 결정하기로 발표했다. 당장 반발에 부딪혔다. ‘농어촌ㆍ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이하 농어촌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은 21일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선거구획정위가 발표한 지역구 의석수는 농어촌ㆍ지방 국회의원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즉각 철회하고 새로운 수정안 만들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지만 인구 수에만 신경 쓰다 보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지역구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걱정된다”며 “도시 면적의 수십배에 달하는 행정구역과 지역대표성 침해라는 또다른 위헌 소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선거구획정위가 세부작업에 돌입하면서 남은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선거구획정위가 작업을 마치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를 심사하고, 정개특위가 이를 가결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선거구획정위→정개특위→본회의를 반발 없이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각 단계마다 걸림돌에 부딪히는 경우다. 선거구획정위가 확정치가 아닌 244~249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벌써 반발이 거세다. 의원정수 유지란 큰 틀 하에 여당은 비례대표 수 축소, 야당은 비례대표 수 동결 및 증가를 주장하고 있어 선거구획정위가 어떤 안을 내놓든 여나 야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

우선 정개특위에서 반발에 부딪히면 선거구획정위는 재차 10일 이내에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획정안을 다시 마련하면 이번엔 정개특위가 아닌 본회의에 바로 상정된다.

이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그나마 수월한 편에 속한다. 관건은 본회의 통과 여부다.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한층 상황은 복잡해진다. 획정안을 수정할 책임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국회가 자체적으로 개정안을 만들 수도 있고, 획정위가 재차 개정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부결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최악의 경우 본회의 상정ㆍ부결이 수차례 반복될 수도 있다. 한 정개특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선거구획정 때마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며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본회의 부결 횟수에 제한은 없지만, 시간 상의 제한은 있다. 현 선거법에는 총선 5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 11월 13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이면서도 사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개특위 반발, 본회의 부결을 반복하다 결국 11월 13일에 임박해 국회를 통과하는 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요구는 ▷300인 의원정수 동결 ▷지역구 의석 유지 ▷비례대표 수 유지 ▷헌법재판소 인구편차 2대1 등이다. 의원정수를 동결하면, 헌재 판결에 따라 지역구나 비례대표 의석 수 중 하나는 줄여야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수를 모두 살리려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 식이다. 무엇이든 포기가 불가피하다.

선거구획정이 국회의원 사활이 걸린 사안이기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와서야 ‘어쩔 수 없이’ 합의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선거구획정은 이성적인 혹은 이상적인 합의가 어렵다는 의미다.

만약 선거구획정이 11월 13일을 넘기게 되면 그 뒤로는 시계 제로다. 내년 총선 일정 자체가 파행을 겪는다. 총선을 연기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 기한을 넘길 가능성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