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긴 침묵 끝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 완전국민경선제 얘기입니다. 사위 마약 파문 이후 입을 닫은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후폭풍에도 침묵을 이어갔습니다. 긴 침묵 끝에 김 대표는 “그리 서두를 일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입니다. 그러면서도 “못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쯤 되니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오픈프라이머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김 대표가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는 완전국민경선제입니다. 말 그대로 ‘완전’히 국민에게 경선을 맡기잔 의미입니다. 새누리당당사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실행 단계에선 여러 복잡한 제도가 얽히겠지만, 취지와 핵심은 간단합니다. 100% 국민의 뜻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겠단 의미입니다.

김 대표는 수차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습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것을 포함해 앞으로 (도입이)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지 김 대표의 떳떳한 얘기가 전제돼야 한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국민공천제를 기초로 해 제3의 길을 모색해 빨리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은 길고 이유도 복잡하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는 도입할 수 없단 뜻입니다.

침묵 끝에 입을 연 김 대표의 의중에도 복잡한 속내가 드러납니다. 우선 여전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정치인생을 건 김 대표입니다. 뚜렷한 명분 없이 포기 의사를 밝힐 순 없는 노릇이죠.

김 대표는 “포기할 단계가 아니고 야당과 물밑 대화가 오가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노력을 할 때까지 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뉘앙스도 남깁니다. 김 대표는 “도저히 법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우리 당에서라도 공천권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 드리는 정신하에 다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그 ‘정신’을 살리는 대안을 모색하겠단 의미이죠. 원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제 3의 길’과 유사해보입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반박할 논리가 없어 보이는 이 간단한 한 문장이 왜 그리 복잡하고 어려울까요? 김 대표는 최근 논란과 관련, “공천권을 갖고 싸울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공천권 싸움이 여당에도 시작되는 것처럼 비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 내 공천권을 포기하는 게 핵심입니다. 공천권은 의원의 목숨 줄이죠. 이를 포기한다는 건 곧 의원들의 목숨 줄과 직결돼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정치‘개혁’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싸울 각오가 없다면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당 내 공천권 싸움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현 공천제로 이득을 볼 것이며, 그들에게 오픈프라이머리는 곧 사형선고와 다름 아닙니다. 굳이 특정 계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개혁을 추진하면서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야당에 책임을 전가할 일만도 아닙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수 없는 이유로 야당 책임론이 거론됩니다. 역선택의 문제이지요. 물론 역선택은 중요한 걸림돌입니다. 과연 역선택만이 문제일까요? 야당의 동의하에 역선택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뒤론 현역 의원이 불리하고, 정치 신인 등장을 가로막는다는 반발이 예상됩니다. 전략공천은 어떤가요? 야당이 전략공천을 남겨둔다면 여당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이 아무런 대가 없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쉽게 수용하지 않으리란 건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야당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자체를 극렬히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접점을 찾을 기회, 시간도 있었습니다. 결국, 의지의 문제입니다.

김 대표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새누리당이 내건 현수막입니다. 국민에게 한 약속입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노동개혁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슬그머니 철회할 순 없습니다. 개혁 과제에 경중은 없습니다. 노동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작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개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야당에, 그리고 김 대표에만 책임을 전가할 순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몫이자 책임입니다.

당론의 무게감은 정당 스스로 만드는 법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물론 찬반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당론으로 정했다는 건 적어도 해당 정당에는 찬반을 논할 단계를 넘어섰단 의미입니다. 한번 쉽게 포기할 당론이라면, 두번 포기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요. 당론은, 국민에게 한 약속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