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크림투표는 국제법 위반” 러 “美가 우리 파멸시키려는 것”

크림반도 사태가 또다시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본격 발동하고, 러시아가 이를 협박이라고 응수면서 ‘백악관 vs 크렘린’의 21세기판 파워게임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시간 가량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전화 통화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직후 이뤄진 지난 1일 이후 엿새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냉전 이후 최악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불법’ 한목소리=러시아에게 잇달아 뒤통수를 얻어 맞은 미국과 유럽은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찬반 주민투표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도 높은 제재로 대응할 태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 투표에 대해 “우크라이나 헌법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크림공화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과도 정부가 관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외교적인 해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법은 1994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공동서명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력 사용과 경제 제재 자제, 핵무기 사용 자제 등을 포함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그동안 보였던 유화 제스처에서 강경 노선으로 변화했다. 그는 “크림반도 상황이 빠른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서방)는 더 나아가야 한다”며 강도 높은 러시아 제재를 시사했다.

유럽연합(EU)은 28개국 정상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러시아가 위기 해소를 위해 즉각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등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 서방 제재에 ‘강력 반발’=서방의 러시아 제재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우선 무비자 협상 중단하고 이후 자산 동결과 경제ㆍ금융 제재를 단계적으로 취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주요 8개국(G8)이나 러시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위원회 활동 중단과 유사한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EU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와의 비자면제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 “분명히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비건설적이며 근거없는 태도”라고 맞받아쳤다.

블라디미르 야쿠닌 전 러시아 수석 외교관은 FT에 “미국은 수십년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리시켜 우크라이나를 서방 진영에 끌어들이는 의도를 가져왔다”면서 “우리는 지금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을 목격중이고, 그 목적은 미국과 ‘글로벌 금융 재벌’이 적수인 러시아를 파멸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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