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 입구. 왕복 2차선 생활도로에 쉴 새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단층 상가 건물 앞에는 각종 간판과 매대가 너저분하게 비치돼 있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상가를 따라가다 보면 20층짜리 아파트가 뻘쭘하다는 듯 서 있다. 그 옆으로 몇 발짝만 더 걸어가면 깔끔하게 단장한 한옥 한 채가 단아한 자태로 앉아 있다. 지난달 13일 개관한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이다.
한옥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완전 딴 세상이다. 번잡했던 바깥 세상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면서 아늑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일까. 한옥도서관에는 세상 때가 묻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도서관 한 쪽 벽에 꼭 붙어 있는 ‘절대 정숙’이라는 위압적인 문구도 없다. 네모 반듯한 책상이나 딱딱한 의자도 없다. 밥 먹을 때 놓아둘 법한 상이 전부다.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 맨 바닥에 앉아 숙제하는 아이…. 맨 안쪽 ‘모자방’에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도서관이라기보다 사랑방에 온 느낌이다. 이 도서관은 기존 한옥을 최소한으로 개ㆍ보수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렸다.
한옥도서관답게 보유 도서 2889권 중 20%는 전통문화 관련 어린이서적이다. 앞으로 한문교실, 전통공예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개관한 지 3주가 채 안됐지만 70~80명의 주민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다. 학원 차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쉼터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놀이터로,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개량 한복을 입은 김영자 관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며느리, 손자 등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면서 “한옥으로 지어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열람실 앞 조그마한 마당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체험장을 마련해 친환경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옥도서관만큼 특색있는 매력으로 새롭게 뜨는 도서관도 있다. 서울 삼청공원 매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숲속도서관’이다. 숲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만으로도 ‘힐링(치유)’이 되는 곳이다. 숲속도서관은 특히 삼청공원 생태학습장과 연계해 땅파기, 나무타기, 풀ㆍ벌레 관찰, 흙공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의 관심이 높다.
이와 반대로 어르신의 관심이 높은 도서관도 있다.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청수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도서관이 어린이와 학생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어르신방’을 운영, 어르신 전용 열람석과 도서자료를 갖고 있다.
최진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