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 입구. 왕복 2차선 생활도로에 쉴 새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단층 상가 건물 앞에는 각종 간판과 매대가 너저분하게 비치돼 있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상가를 따라가다보면 20층 짜리 아파트가 뻘쭘하다는 듯 서있다. 그 옆으로 몇 발짝만 더 걸어가면 깔끔하게 단장한 한옥 한채가 단아한 자태로 앉아 있다. 지난달 13일 개관한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이다.

한옥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완전 딴 세상이다.

번잡했던 바깥 세상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면서 아늑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일까. 한옥도서관에는 세상 때가 묻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도서관 한쪽 벽에 꼭 붙어 있는 ‘절대 정숙’이라는 위압적인 문구도 없다. 네모 반듯한 책상이나 딱딱한 의자도 없다. 밥 먹을 때 놓아 둘 법한 상이 전부다.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 맨 바닥에 앉아 숙제하는 아이…. 맨 안쪽 ‘모자방’에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도서관이라기보다 사랑방에 온 느낌이다. 이 도서관은 기존 한옥을 최소한으로 개ㆍ보수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렸다.

이틀 연속 한옥도서관을 찾았다는 김세미(36ㆍ여) 씨는 “전날 혼자 처음 왔는데 분위기가 여느 도서관과 다르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낯설게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옥도서관답게 보유 도서 2889권 중 20%는 전통문화 관련 어린이서적이다. 앞으로 한문교실, 전통공예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옥도서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명물이 됐다. ‘수민이 엄마’라고 소개한 한 주부는 “아늑한 분위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아이가 먼저 (한옥도서관에) 가자고 보챌 정도”라고 말했다.

개관한지 3주가 채 안됐지만 70~80명의 주민들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다. 학원 차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쉼터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놀이터로,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개량 한복을 입은 김영자 관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며느리, 손자 등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한옥으로 지어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열람실 앞 조그마한 마당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체험장을 마련해 친환경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쉬운 것은 한옥도서관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연면적 107㎡(33평)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옥도서관은 전남 장성에 있는 삼계도서관이다. 지난해 12월24일 개관한 이 도서관은 연면적 627㎡(190평),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 구연동화실, 열람실이, 2층에는 종합자료실, 문학자료실이 있고, 별도의 한옥 정자에 휴식 공간인 ‘책다락방’을 마련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도서관을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옥도서관만큼 특색있는 매력으로 새롭게 뜨는 도서관도 있다. 서울 삼청공원 매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숲속도서관’이다. 숲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만으로도 ‘힐링(치유)’이 되는 곳이다. 숲속도서관은 특히 삼청공원 생태학습장과 연계해 땅파기, 나무타기, 풀ㆍ벌레 관찰, 흙공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의 관심이 높다.

이와 반대로 어르신의 관심이 높은 도서관도 있다.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청수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도서관이 어린이와 학생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어르신방’을 운영, 어르신 전용 열람석과 도서자료를 갖고 있다.

청수도서관 관계자는 “글자가 큰 발간물이나 어르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과거 마을 사진 등 ‘5070자료’로 어르신방을 꾸몄다”면서 “열람실 바닥은 구들장으로, 도서관 야외정원은 어르신용 운동기구를 비치했다”고 소개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