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가국들이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 압박하기’에 나섰다. 핵과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을 예정이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향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초안에 북한의 도발 행위를 지적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참가국 장관들은 이 초안에서 “한반도의 최근 추이에 우려를 나타내고 평화ㆍ안정ㆍ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반도 신뢰 구축이 중요하며 유엔(UN) 안보리 결의와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필요한 여건 조성을 촉구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비핵화하라”고 말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지난 4일 EAS와 같은 날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의 의장성명 초안에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지적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참가국 장관들이 이 초안에서 기본적 인권과 국민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ARF 외교장관회의 후 그 결과를 담아 발표되는 의장성명에 대한 관심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뜨거웠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지역 내 안보협의체이자,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참가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는 남중국해 문제로 북한ㆍ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초안에 따르면 한반도 관련 조항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고 중국, 러시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ARF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기 하루 전 왕이 중국(王毅) 외교부장,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연쇄 회담을 갖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주요국 외교관들을 동원해 “일방적인 핵 포기를 논하는 협상에 흥미가 없다”며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에 반기를 들었다. 또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시사하는 가운데 이 기세를 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될수록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탓하며 다양한 양자접촉을 통한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지난 4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중국, 일본과의 양자회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장관과 리 외무상은 5일 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주최하는 환영 만찬과 다음날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북측과의 대화 가능성에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최근 남북관계 경색 등을 고려할 때 남북간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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