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강화 · 보험부채 시가평가 국내 보험산업 두 파고 이겨내야
보험회사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에 관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의 등장이다. 2018년 시행 예정인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 4 phase 2)는 현재와 같은 준비금의 원가유지 관행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고 시가로 평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IFRS를 전면 수용(full adoption)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전면수용에 대한 잘잘못은 차치하고) 보험부채 시가평가가 단순히 국제적 정합성 제고 차원이 아니라 반드시 적용해야만 하는 강행 규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변화다. 재무건전성 규제와 관련해 또 하나의 국제적 흐름이 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은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신설을 통해 시스템 위험 대응능력 제고를, 기존의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금융부분 안전성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G20 각국은 국제보험감독자기구(IAIS)가 정한 보험감독원칙(ICP), 특히 향후 2019년까지 마련될 국제지급여력기준(ICS)의 준수 여부에 따라 IMF로부터 금융부분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FSAP)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채의 시가평가 측면에 있어 자산 및 부채평가에 관한 보험감독원칙(ICP14)도 IFRS 4 phase 2의 진행 방향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재무건전성 규제의 국제적인 변화는 이미 국내 보험감독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 지급여력제도는 2011년 준비금과 보험료에 기초해 요구자본을 산출하는 EU Solvency I 방식에서 자산과 부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따라 요구자본을 산출하는 RBC방식으로 전환됐고, 2012년부터는 RBC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는 RBC 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회계규정도 IFRS 4 phase 2 시행에 대비해 현행 부채적정성평가 기준이 시가평가에 준하는 형태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보험산업이 RBC 강화와 보험부채 시가평가라는 두 개의 파고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재무 측면에서 충분한 자원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보험부채와 자본 각각에 대한 국제적 기준 및 국내 도입이 회자되고 있을 뿐, 정작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강화에 관한 전반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이들 규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재무건전성 규제의 궁극적 목표는 보험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어떠한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규제 변화의 일정을 참고하되, 국내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 영향을 분석해 향후 시장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보험회사가 안정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규제 로드맵 및 이에 걸맞은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재무건전성 규제뿐 아니라 보험료 규제, 준비금 규제, 자산운용 규제 나아가 예금자보호제도까지 여러 제도들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억제하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규제들이 병행될 때에는, 예견되는 규제 간 상호작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관련 당사자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국제기준은 탄력적으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적 정합성이라는 유일 기준에서 탈피해 보험회사의 역량, 시장환경 변화 및 관련 규제와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고려한 종합적인 재무건전성 규제 로드맵을 통해 재무건전성 규제가 ‘진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보험회사는 이익을 적극적으로 내부유보하고 전사적 위험관리를 강화해 자사에 맞는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건전성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강호 보험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