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나이제한 규정(에이지 코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에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고령(?) 취업준비생들의 주장과 “위계질서를 위해 나이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항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나이 제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식 입장에 그치는 실정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들에 ‘진실에 가까운 소문’을 문의한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불리(38.4%)’, ‘취업 공백기가 길면 불리(32.4%)’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꼽혔다.

또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 기업 166곳 중 64곳(38.6%)은 ‘신입사원 채용 시 내부적으로 나이 제한이 있다’고 했다.

신입사원 상한선은 ‘남자는 평균 32세, 여자는 29세’로 나타났다.

나이 상한선을 두는 이유로는 ‘위계질서가 흔들릴 것 같아서(37.5%)’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해서(34.4%)’ ‘조직문화에 적응 못할 것 같아서(32.8%)’ 등이 꼽혔다.

한 금융계 인사 담당자 A(34)씨는 “나이 어린 지원자가 매년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고령자를 배려할 이유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관해 고령 취준생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모(30ㆍ여)씨는 “유독 나이 많은 사람에만 조직 문화 등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기업이 많다. 탈락을 위한 핑계로 그런 질문을 활용하는 건 아닌지…”라고 말했다.

윤모(32)씨는 “주변을 보면 경력을 쌓느라, 시험을 준비 하느라 2∼3살 더 먹는 경우가 많다. 취업만 준비해도 100곳 넘게 탈락하기도 한다”며 “이런 현실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닌데 나몰라라하고 나이로 커트라인을 두는 기업들이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취업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령 취준생은 더 많이 양산되는 반면 이들의 설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15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 경쟁률은 평균 32.3 대 1로 2013년 28.6 대 1보다 높았다.

100명당 최종 합격자 수도 2013년 3.5명에서 3.1명으로 2년 새 더 줄었다. 취업 포기자, 취업 준비생 등을 합한 ‘청년 실질실업률’은 지난해 30.9%에 육박했다. 29세 이하 청년들 3명 중 1명이 백수인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에 “연령에 따른 위계 문화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자는 공백기 활동을 적극 어필하고, 기업은 공백기가 낭비가 아니라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