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첩보원들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때론 목숨까지 바친다. 물론 무엇이 ‘국익’인지는 상대적이다. ‘스파이’들의 삶은 철저히 비밀스럽고 드러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도 알려지지 않는다. 때로는 뭔가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19일 숨진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 씨의 사인은 자살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유서에는 조직과 동료들에 대한 우려 등이 담겨있었다.

각국 정보요원들의 사망사건을 보면 얄궂은 운명들이 많았다. 독살에서 처형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포함하면 수많은 첩보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을 터다.

올 1월엔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소속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에 대한 음모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리트비넨코는 지난 2001년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했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을 비난하는 활동을 이어갔지만 2006년 독극물 테러로 세상을 떠났다. 런던의 한 일식집에서 FSB요원으로 활동했던 안드레이 루고포이와 드미트리 콥툰을 만났고 독살증세를 보이며 20여 일 만에 숨졌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고, 암살용 독소인 탈륨이나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발생 1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도 여전히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지난달 예멘에선 미국에 협조한 스파이 2명이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사령관급 지도자인 나스르 알 안시와 공보담당 무한나드 갈랍이 미국의 드론(무인항공기)공격으로 사망하자, 미국과 내통한 혐의를 물어 스파이 2명을 처형했다. AQAP는 이들의 사체를 다리 위에 걸어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올해 초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샤바브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각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정보공작원 4명을 총살했다. 이들 가운데엔 정부군도 2명 포함돼 있었다.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지난 3월 중동의 모처에서 ‘알라신을 배반했다’며 스파이활동을 한 정보원들 9명을 총살시키기도 했다.

2010년엔 영국 대외정보국(MI6) 소속 첩보원 가레스 윌리엄스가 죽은채로 가방에 실려 발견됐고 지난해 재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건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윌리엄스는 동료 직원들의 주기적인 생활점검 활동 도중 런던 핌리코의 안가에서 숨진채 발견됐고, 부패된 시체는 붉은색 노스페이스 가방에 담겨있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윌리엄스는 발견 1주일 전 사망했다. 그는 외상 및 저항한 흔적이 없고 어떠한 타살의 흔적도 보이지 않아 ‘의심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자살 흔적도 없어 유가족은 정부에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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