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똥, 종착역 어디냐 놓고 국민들 곱잖은 시선

[헤럴드경제=손미정ㆍ김성훈 기자]‘형제의 난’에서 시작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형제 간의 후계자 다툼은 롯데그룹 뿐만이 아닌 한국 기업 전반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형제 간 다툼이라는 ‘내우’가 소비자의 불매운동, 사정당국의 조사, 정치권의 재벌개혁이라는 ‘외환’을 불러온 형국이다.

무엇보다 지난 4일 롯데그룹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차남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대(對) ‘장남을 중심으로 한 총수일가’의 구도로 흘러가게 됐다. 롯데홀딩스 주총까지 양측이 모종의 타협을 이루지 않는 한, 양측은 정면 대결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력 결집 위해 각자가 ‘리더로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진실공방 또한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롯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롯데그룹 본사 주변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날 공식 일정은 접고,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롯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롯데그룹 본사 주변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날 공식 일정은 접고,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양측은 이제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성과,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 등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때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창업주의 건강상태를 의심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막장드라마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여기에 형제간 이전투구 과정에서 일본어 인터뷰, 부자간 일본어 대화 등이 공개되면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사태는 예상외의 방향으로 번졌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서민들의 쌈짓돈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반(反)롯데 정서’가 확대, 이는 곧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은 4일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도 같은날 롯데와 정부, 이해관계자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롯데 정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그룹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형제의 다툼은 핵심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말로 허가가 끝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대한 재허가를 백지상태로 검토키로 하면서 각각 연매출 2조원, 4800조원 규모의 면세점에 대한 재허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롯데 경영권 분쟁이)면세점 재허가가 심사 점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기업도 롯데그룹이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불투명한 지배 구조 뒤에서 탈세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 롯데그룹의 광고 대행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롯데그룹의 최근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한 정기 세무조사라는 것이 국세청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 개입’에 대한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고, 대홍기획 조사과정에서 타 계열사와의 비위 단서가 드러날 경우 ‘사정의 날’이 그룹 전반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덩달아 정치권에서는 이번 분쟁을 계기로 재벌개혁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황제경영’, 최측근 외에 롯데그룹 지배고리의 핵심인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불투명한 ‘밀실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새정치연합은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우선 정리해 중점추진키로 했고, 재벌 지분 싸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도 지난 3일 발의됐다.

롯데의 분쟁이 재벌개혁 이슈로 번지자 다른 기업들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당장 광복절에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에까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롯데 사태가 특별사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총수의 특별사면이 예상되고 있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총수가 꼭 필요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면에 대한 여론이 안좋은 상황”이라며 “옆 동네 일이라 생각했던 롯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니 당혹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