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영향 비는 왔지만 찔끔…용수 비축위해 방류도 못해

제9호 태풍 찬홈과 11호 낭카 등 잇단 태풍의 영향으로 반가운 단비가 내렸음에도 가뭄이 해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실제 본지 기자가 북한강의 지류에 위치한 ‘소양강댐’을 방문한 결과 댐의 저수위는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 11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약 169m)보다 16m가량 줄어든 약 153m 수준이었다. 저수율도 같은 시기 44.9%에서 26.5%로 18% 넘게 떨어졌다. 하루에 유입되는 물의 양도 초당 8.8t에 불과해 지난해(초당 300t)의 10분의 1도 채 못 미쳤다.

소양강댐관리단 관계자는 “그나마 며칠 전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비가 오며 이날은 초당 25.7t의 물이 댐으로 유입됐다”고 했다.

비가 내렸지만 방류량은 여전히 하루 96t에서 5.4t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가뭄 때문에 비축할 수밖에 없다.

소양강댐 인근 강원도 양구군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 주재영(63) 씨도 “비가 왔지만 물은 여전히 말라있다”면서 “어부들이 산에 가서 약초에 나물을 채취하고 있는 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최하류 팔당댐도 용수비축을 위해 방류량을 기존 123t에서 80t으로 감축했다.

실소요량만큼만 물을 내보냄으로써, 소양강ㆍ충주댐의 방류량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하천의 유량이 줄어들며 한강 녹조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지만, 가뭄 앞에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댐 관계자도 “비가 더 오는 걸 기대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북한강의 또 다른 지류에 자리잡은 ‘평화의 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애시당초 북한의 수공(水攻)에 대비한, 저수기능이 배제된 ‘방호댐’이기 때문에 저수율이 0.1%인 게 외려 정상이지만, 가뭄의 영향에서 자유롭진 않다.

평화의 댐 관계자는 “보통 때라면 배수터널을 통해 화천댐 물이 평화의 댐까지 유입되곤 했지만, 극심한 가뭄 이후 평화의 댐 쪽에서만 물을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평화의 댐 바로 위에 위치한 북한 금강산댐에서 유입되는 물이 최근 2개월간 초당 5~10t에서 2~3t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날엔 찬홈의 영향 등으로 남한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지며 초당 17t의 물이 유입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북측에서 수력발전을 이유로 금강산댐의 물을 평화의 댐 쪽이 아닌 낙차가 큰 동해로 상당수 흘려보내고 있는 것도 더 많은 물의 유입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기자가 “북측에서 좀 더 많은 물을 방류한다면 평화의 댐도 더 많은 양을 방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댐 관계자는 “공유하천에 대한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논할 문제”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가뭄 앞에서 녹조문제 해결을 위해 물 방류량을 늘리는 건 사치”라면서 “이대로 비가 내리지 않고 무더위가 지속된다면 급수제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춘천ㆍ화천=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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