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5마리 남은 북부산 흰코뿔소, 개체수 40여마리 불과한 아무르표범 -멸종위기종 보호에 거액 내놓은 부호들 “종의 다양성 지켜야 한다” -카를로스 슬림, 개체수 95% 급감 모나크나비, 멕시코 토종 재규어 보전 위한 기부 활동 -억만장자 농구스타 야오밍 “코끼리와 코뿔소 밀렵 막자”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윤현종 기자]지구상에 수컷 1마리, 암컷 4마리만 남았다. 하지만 자연 번식이 불가능하다. 다섯 마리 모두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체외 수정만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한 마리 남은 수컷은 기대수명 40세를 훌쩍 넘긴 상태라 그마저도 힘들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지구상 유일한 수컷. 이 수컷의 죽음은 곧 종(種)의 멸종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케냐에 서식하는 북부산 흰코뿔소는 가장 멸종이 임박한 대형 동물이다. 남부산 흰코뿔소가 2만마리 정도 남아있는 것과 달리 북부산 흰코뿔소는 개체 수가 급감했다.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이 코뿔소의 뿔이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밀렵꾼들의 표적이 돼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2360마리였던 개체 수는 50년 만에 5마리로 줄었다.
한국표범으로도 불리는 아무르표범도 멸종위기종이다.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에 20~25마리, 중국에 7~12마리만 남았다. 자바코뿔소 역시 6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야생 척추동물 3000여종 가운데 절반가량이 개체 수가 줄었다. 포유류의 26%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각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적인 동물보호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동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환경오염과 삼림 파괴, 밀렵 등에 맞서는 활동을 한다.
이런 단체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는 억만장자들이다. 그럼 이들이 멸종위기종 보전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선(善)한 행위이자 자신의 이익도 고려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지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인류에게는 물론 나아가 자신의 농장 및 여러 사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담배사업 등으로 돈을 벌어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미국 네 번째 땅부자’ 브래드 켈리(Brad Kelley)는 다양한 종의 코뿔소와 영양, 들소 등의 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켈리는 미국 켄터키주의 농장에서 자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야생동물과 친근했다.
이런 이유로 억만장자가 된 후 미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열대 유제류(발굽동물) 보호연구소’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해당 연구소는 4800마리 남은 아프리카 검정코뿔소와 아시아 코뿔소(개체 수 3200마리), 티베트 영양(최대 10만마리) 등의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한다. 켈리는 야생동물 애호가이기도 하지만 멸종위기종 보전이 자신의 농장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미국의 언론재벌 테드 터너(Ted Turner)도 미 뉴멕시코주에서 큰 규모의 농장을 운영한다. 뉴멕시코주와 인접한 멕시코 북부 국경지역에는 과거 회색늑대가 주로 서식했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미국과 멕시코 양국이 박멸정책을 펼친 이후 개체 수가 급감했다. 자신 농장 주변의 회색늑대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터너는 회색늑대 번식 사업을 17년간 해왔다. 멕시코 회색늑대는 최근 개체 수가 100여마리로 증가했다.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텔멕스 회장은 2008년 이후 1억달러를 세계자연기금(WWF) 등에 기부해왔다. WWF는 최근 한국을 찾은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단체다.
슬림 회장의 기부금 상당수는 멸종위기에 처한 모나크 나비와 재규어 보전에 사용됐다. 슬림 회장은 이들 희귀종을 반드시 지켜야 할 멕시코의 위대한 유산이라며 결국 이 동물이 문화ㆍ경제적으로도 멕시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모나크 나비는 멕시코를 출발해 캐나다와 미국으로 철새처럼 이동하며 생활하는 특종 나비인데, 최근 강력한 살충제 사용으로 주식이 되는 식물(밀크위드)이 사라져 생존에 위협을 맞고 있다. 최근 모나크 나비 개체 수는 95% 이상 급감했다. 10억마리가 넘던 것이 현재 3500만마리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재규어의 경우 멕시코 토종 재규어 500마리를 포함해 전 세계에 1만5000마리 정도 남아있다.
은퇴 후 금융투자가 및 자선가로 활동하는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姚明) 역시 동물 애호가로 유명하다. 상아와 코뿔소 뿔 소비가 많은 중국에서 2006년부터 와일드에이드(WildAid)재단 등을 통해 야생동물 보호 캠페인을 펼쳐왔다. 자이언트 판다 보호 대사이기도 한 야오는 2012년에는 직접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북부산 흰코뿔소 밀렵을 막자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먹지 말자고 호소해 중국인들의 소비 감소를 유도하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장남 하워드 버핏(Howard Buffet)은 최근 자신의 재단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에 2400만달러를 기부했다. 기부금은 코끼리와 코뿔소 밀렵꾼을 감시하기 위한 열기구ㆍ헬리콥터 구입 등에 사용된다.
지구상 5마리 남은 북부산 흰코뿔소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언젠가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생물 종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사라질 북부산 흰코뿔소를 보면서, 우리가 또 다른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