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근 금융투자부 기자 증권업계는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11년만에 처음이다. 거래대금이 갈수록 줄고 그마저 수수료가 싼 모바일로 몰리면서 올해는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증권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객 붙들기에 혈안이다. 경쟁사 고객 뺏기도 서슴치 않는다. 손해를 보더라도 온갖 당근들을 내놓는다. 각종 사은품에, 현금과 상품권 제공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증권사 이름만 빼고보면 백화점, 할인점 행사로 오해할 정도다. 거래수수료 면제는 식상해 이제 관심조차 못끈다.
파급력이 큰 대형사들에서 경쟁적으로 치고 나오니 중소형사들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집토끼라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증권업계 전반의 과열경쟁으로 번졌다.
문제는 ‘제살깎아 먹기’라는 것이다. 출혈경쟁으로 고객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스마트’하다. 현명하다 못해 영악한 정도다. 여러 증권사를 오가며 이벤트의 단물(?)만 먹고 빠질 수 있다. 증권사는 마케팅비용만 날리게된다. 고객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당연히 내야할 수수료에 대한 거부반응마저 생길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과열 마케팅이 독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근본적인 치유는 결국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시대흐름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 내고, 수익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자사상품이라고 무조건 추천하면 안된다. 쓰라린 손실로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을 통해 신뢰감을 들게해야 한다. 믿음이 없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는 명품백도 소용없다.
고객들에겐 계좌에 찍힌 플러스 수익이 가장 큰 유인책이다. 신뢰를 되찾으면 스스로 돈을 들고 찾아온다. 증권사들도 적정 수수료를 받으며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대형사들부터 먼저 과도한 이벤트를 중단하고 비정상적인 수수료도 정상화해 업계의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happyda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