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취재를 하다보면 각종 통계를 찾을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상 ‘끼고 산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습니다. 집값이 올랐다면 얼마나 올랐나, 몇 퍼센트 올랐나, 이건 호가인지 실거래가인지, 거래가 됐다면 몇 건이 됐는지 지난달엔 몇 건, 지난해엔 또 얼마나 등등이죠. 만약 이게 틀리면 공들인 취재든 연구든 업자들의 시장파악이든 말짱 ‘헛짓’이 돼버립니다.
▶ 현장을 알려주는 ‘숫자’의 중요성 = 중개업소 등을 돌아다녀도 빠지지 않는 질문은 “거래가 늘었다면 얼마나,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졌다면 얼마나 올랐나”입니다. 사실 공인중개사들은 자기 거래정보는 좀처럼 공개하려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자기 ‘주머니’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죠. 처음엔 “많이(또는 조금) 올랐어요” 또는 “많이(조금) 내렸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때부터 기자와 공인중개사 간 신경전이 시작됩니다. ‘건 수를 말해줄 수 없다면 몇 % 올랐는지 내렸는지, 몇 % 늘었는지 줄었는지라도 알려달라’고 하죠. 어떨 땐 먼저 ‘한 절반정도 떨어진거죠?’라고 슬쩍 떠보기도 합니다. 그럼 중개사들이 ‘아니요 한 20%정도?’라고 답합니다. 그렇게 알아낸 ‘숫자’들은 그날 그 시각 현장을 대변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물론 이들과 자주 연락하다보면 그들은 중요한 취재원이 되기도 한답니다. 숫자를 알아내기도 더 쉬워지죠.
어떤 방식으로 알아낸 숫자든, 그렇게 쌓인 ‘통계’는 부동산 관련 취재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실거래가제도가 정착단계에 접어들며 관련 통계 수준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공공ㆍ민간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누구든 앉아서 조금만 ‘손품’을 팔면 3개월 이후 시장상황을 알려주는 지수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세입자의 ‘불안감’이 거래량인가? =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여전히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게 또 부동산 관련 통계입니다.
특히 임대차시장이 그렇습니다. 요즘 정부의 소위 ‘2.26대책’과 맞물려 월세를 내거나 받는 분들에겐 관련 통계가 상당히 크게 다가올겁니다. 내가 내는 월세가 (다른 곳과 비교해)얼마나 되는지, 내가 받는 집세는 얼마나 떨어지거나 오른건지 등이죠.
현재 국토부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전ㆍ월세 거래량 집계를 합니다. 매달 나오는 자료엔 지역별 거래량, 전ㆍ월세 가격변동 단지별 가격수준 등등 세부사항이 빼곡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요.
기자는 ‘없다’에 걸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확정일자는 세입자들이 자기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거치는 절차기 때문입니다. 이걸 받아놓으면 이른바 ‘보증금 변제’를 따질 때 후순위로 잘 밀리지 않고 집주인이 망해도 세입자 보증금은 지킬 수 있기 때문이죠. 논외지만, 전세권도 그래서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겁니다. 가령 국토부가 산정한 그 달 전국 전월세거래량이 20만건이라면, ‘자기 보증금을 지키려는 세입자가 20만 가구다’라는 결론도 낼 수 있겠죠.
문제는 이게 전체 ‘거래량’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혹여 ‘악마같은 집주인’이 있어 확정일자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끼리 거래하는 경우엔 굳이 확정일자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확정일자 기반의 임대차 ‘통계’는 거래량이 아니라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는 세입자들의 ‘불안지수’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물론 앞으론 집주인 월세소득이 자동으로 드러납니다. 어느정도 통계 수립에 도움은 되겠죠. 그래도 문제입니다.
▶ 월세시대 ‘민낯’ 들여다보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 하나 = 세입자들이 소득공제신청을 안 하거나 꺼린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바로 변제받을 보증금이 없어 확정일자를 잘 받지 않거나, 거의 신경조차 안 쓰는 순수월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무보증 월세라고도 하죠. 이용자는 저소득층이 많습니다. 소위 ‘깔세’(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것)를 내고 사는 고소득층도 있습니다.
이들이 소득공제신청을 할까요. ‘유리지갑‘ 회사원들과 달리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신청을 안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집주인의 소득원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한 간접적인 거래량 등 통계작성도 불가능해집니다.
이쪽 상황은 매달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정상 집계 자체가 어렵다”고 털어놓습니다.
현재 이들 순수월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2년에 한 번씩 나오는 주거실태조사가 전부입니다. 스스로 전수조사하지 않은 민간통계나 학계 연구는 거의 모두 이 데이터를 쓰죠.
지금, 정부도 월세시대를 ‘영접’하는 마당에 관련 통계를 보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 관계자 조차 “보증부월세와 순수월세를 합치면 현재도 월세 비중은 전세를 넘어설 것”이라며 추측만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국토부는 월세시대에 대비한 통계인프라를 갖추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기자는 물어봤습니다.
“이번에 데이터들 정비하면 순수월세 현황도 파악되는건가요?”
돌아온 국토부 관계자의 대답입니다.
“주거급여 지급을 위해 취약계층 전월셋집 64만채정도를 전수조사하긴 하는데, 이걸로 순수월세 파악이 가능할진 모르겠습니다”
▶ 파악 가능할 법한 데이터도 ‘모르쇠’ = 그뿐일까요. 정부는 갖고있는 데이터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월세 보증금 금액대별 거래량입니다. 매달 변하는 거주자 실태파악을 위해선 필수적인 자료죠. 최소 확정일자에 기반한 숫자는 갖고 있을테니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공개하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변명이 참 궁색합니다. 집계를 해도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게 비공개 이유입니다.
물론 정부가 만능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거래자료를 2년 넘게 매달 공포했으면서 이렇게 집계해왔다는 점 자체가 의문입니다. 작업이 부실했다면 그걸 시민에게 알리고 더 나은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통계인프라 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벌써부터 올해 나온 정부의 부동산대책 모두가 선거용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하던걸 하던대로만 하거나, 새로운 것은 발표만 하고 손 놓고 있을 시점이 결코 아니란 점.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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