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마케팅 대신 ‘자숙 모드’ 졸업 · 입학 특수 이벤트도 연기 영업정지 손실액 1000억 넘을 듯 수익보다 신뢰 하락 더 큰 우려

“이번 사고로 입은 재무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내상까지 회복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1월 초 발생된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카드업계가 사실상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예년 같으면 봄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공격형 영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지만, 카드사들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카드사들 ‘벙어리 냉가슴’=사고 당사자인 3개 카드사(KBㆍ롯데ㆍNH) 사람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집보다 회사 인근 사우나에서 자는 게 익숙해졌다고 한다. 사고 발생 초반부터 거의 귀가가 어려울 정도로 사태처리 업무의 강도가 살인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고민은 당분간은 ‘자숙 모드’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2개월 동안 까먹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에 뛰어들고 싶지만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는 3개 카드사뿐 아니라 카드업계 전체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번 사고를 업계 전체의 과실로 보고 다 함께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자칫 튀는 영업에 나설 경우 질타를 받을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고가 나지 않은 다른 카드사들도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지는 말자는 분위기가 있어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신제품ㆍ이벤트 ‘올스톱’=특히 카드사들은 2~3월에 몰려 있는‘특수’를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보유출 청문회 등 사고 수습으로 분주하게 보낸 2월에는 대목인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식이 있었지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선물 등에 대한 카드결제 금액이 예년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학식과 3월 화이트데이에도 큰 기대는 못하는 실정이다.

신상품 출시나 이벤트도 대부분 연기된 상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떡을 썰어도 시장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3개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사죄성’ 이벤트만 준비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3개월 동안 영업정지로 발생할 3개 카드사의 영업 손실액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는 각각 영업정지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을 445억7000만원, 289억5000만원, 33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형의 피해액이 더 커”=업계에선 당장의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도 하락과 이미지 타격이란 무형(無形)의 피해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영업손실액은 추산이 가능하지만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는 피해 규모 산출이 어렵다. 실제로 카드사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를 지수화한 브랜드지수(BMSI) 조사 결과 사고 3사는 물론 업계 수위인 신한ㆍ삼성카드 등도 동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신한ㆍ현대ㆍ하나SK 등 일부 카드사들은 지난 24일부터 텔레마케팅(전화영업)을 재개했고 삼성ㆍ우리ㆍ비씨 등 나머지 카드사도 금주 중으로 최고경영자 확약서를 제출하고 전화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단 영업정지 3개사는 제외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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