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시작해야”…靑에 민감 화두…선거 개혁·남북국회의장 회담 제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꺼져가던 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개헌론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국회와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이다. 청와대의 강한 반발 이후 개헌론은 여당 내에서 공공연하게 ‘금기어’로 치부돼 왔다. 정 국회의장은 개헌론 외에도 선거제도 개혁, 남북 국회의장 회담 제안 등 굵직한 화두를 쏟아냈다.

정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 “정치에 대한 신뢰가 최악인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순 없다”며 “이젠 정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헌법은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이고, 역사와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개헌론을 언급했다.

정 의장은 “실제 개헌이 20대 국회 이후에 이뤄지더라도 개헌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때를 놓치면 개혁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 논의의 물꼬를 크게 열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87년 체제를 넘어야 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국가적 과제와 비전이 헌법에 구현돼야 한다”며 “헌법을 제대로 바꾼다면 국가를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요구가 안팎으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론은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두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당 대표가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곧바로 실수라는 취지로 사과 발언을 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당 대표가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개헌론을 언급하지 말라는 의미다. 올해 초에도 일각에서 개헌론이 불거졌지만 경제문제 등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이내 흐지부지됐다.

개헌론은 각론에선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지만, 큰 틀에선 대통령 권한을 재조정하는 ‘권력분산형’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이룬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을 계기로 행정부ㆍ입법부 간 역할 논란이 불거진 만큼 개헌론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선거 개혁도 주장했다. 그는 “선거제도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총선 승리에만 관심이 쏠려 어느 정당도 근원적인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19대 국회의 정치개혁 논의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달라”고 촉구했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도 공식 제의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사당 내 두 개의 본회의장이 있는 건 통일을 염두에 두고 설치한 것”이라며 “북한 최고인민회의 측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절 즈음이 가장 좋은 때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일정ㆍ장소는 북측의 의사를 전폭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