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후반부터 하루 한명 꼴로 잦아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지난 28일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1년 만에 불거진 이 역병사태로 인구와 소득에서 7대강국이라는 우리의 허점 하나가 더 드러났다. 이 모든 문제의 궁극적 책임은 결국 행정으로 귀착한다. 앞으로 방역행정, 더 나아가 한국행정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개혁이 이뤄지는 계기가 돼야겠다.
최근 발생한 사회문제들은 그것에 책임 있는 각급 행정조직이 제대로 역할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성완종 사건’이 그랬으며, 메르스 사태가 또한 그러하다. 각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완결해 내는 기능적 수준의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이 문제들은 사전에 방지되고 수습됐을 것이다.
더 나아가 주어진 책임 소재를 넘어 정책문제 전체에 대한 성찰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취적 행정가(proactive administrator)로서의 역할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理想)의 실현은 가치공유와 솔선수범 그리고 소통과 격려를 바탕으로 하는 변혁적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우리의 하향식 구조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행정리더십이다.
이런 맥락에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행정구조 개편 담론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제시되고 있는 개편안들이 대개 기존 접근방식의 답습이라는 점에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사전예방 및 사후수습 실패는 분화와 통합이라는 행정조직화의 두 원리가 모두 부실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첫째, 방역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분화(즉 전문화)가 미흡했다. 과거 연구개발 위주의 보건연구원을 그나마 보강해서 만든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전문성을 갖춘 전임의료진, 실험시설 및 연구인력, 예산, 물리적 거리 등 하부구조 면에서 부실한 것이다. 국방과 더불어 국가가 공급해야하는 제1차적 공공재인 공공보건의 하부구조가 이처럼 부실한 실정을 감안하면 빈곤국 병인 결핵이 여전한 현실이 놀랍지도 않다. 둘째, 통합(즉 조정)기능 역시 부실했다. 층층시하의 계층제 속에서 질본은 상급기관(장)들에게 보고하고 지시받느라 경황이 없었다.
이번에 있을 후속 개혁은 우리 행정의 고질적 취약점인 이 문제에 초점을 둬야한다. 그러나 현재 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개편방안은 조정능력 보강을 위해 보건의료분야의 유사기능들을 통폐합하고 계층제에서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다. 합리성 면에서 부적합하고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방안들이다.
지난번 세월호 참사 직후 신설된 국민안전처가 이번 사태수습 과정에서 역할이 전무했다. 관련 기능들을 한 기구에 합리적으로 통합하기란 불가능함을 입증한다. 사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부처급 정부조직을 신설하다가는 공산주의 국가처럼 중앙부처수가 늘어나게 될 것도 문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권장하는 ‘권한위임(empowerment)’, 즉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21세기형 개혁방향이나 민주화와 분권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도 어긋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질본의 하부구조를 최대한 보강하고 본부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일이다. 상(복지부 등), 하(보건소 등), 좌우(안전처 등)의 행정기구들로 하여금 그의 요구에 즉각적이고 긴밀하게 협력하게끔 제도와 운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가 방역행정 수장으로서 조직구성원들의 진취성을 이끌어낼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보건의료인들의 사기진작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후생부터 챙기고, 광의의 전문가 가운데 관리능력 또한 갖춘 인물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앉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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