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와 감사에 대한 자격 요건을 마련해 ‘낙하산 인사’를 업애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과 실행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낙하산 인사 논란을 애써 외면해왔던 정부가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를 국회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4년 업무계획’에서 공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을 법규로 명시해 일정 기간 이상 전문 경력이 없으면 기관장과 감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는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모호한 자격 규정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를 ‘5년 이상 전문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우선 실효성이 의문이 든다. 신임 기관장 인사가 대략 마무리 된 상황이어서 ‘뒷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마침 업무보고 당일 전기안전공사 신임 사장에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돼 정부의 의지를 무색케 했다. 정부 뜻대로 ‘자격규정’이 당장 법에 명시되더라도 임기를 마치는 3년쯤 이후에나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입법이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사실 관련 법안은 여러 차례 제출됐다. 지난해 4월 임시국회 때도 비전문가의 공공기관 감사 선임 제한이 담긴 공운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공공기관 임원을 선거 전리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직도 존재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실제로 낙하산 인사 근절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낙하산 방지방안이 조속히 마련돼 법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회 입법 지연에 따른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 차질’이라는 핑계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행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을 법제화하는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며 “낙하산 인사 대책 역시 정부와 국회간 절충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