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內 개정안 위헌성 부각…재의 해도 불리하지 않다 판단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함으로써 ‘박근혜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은 당연한 입법권 행사라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국은 한동안 ‘거부권 블랙홀’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여당 역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비박’(비박근혜)간 당내갈등은 물론 당정, 당정청간 불협화음이 증폭될 여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박현구 기자/phkoo@heraldcorp.com]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박현구 기자/phkoo@heraldcorp.com]

박 대통령이 정국 요동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사법부의 명령ㆍ규칙 심사권을 침해하는 위헌요소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 “헌법 수호의무를 지닌 대통령 입장에서는 위헌성이 있는 법안을 받을 수 없다”며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다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여야가 합의해 지난 15일 국회법 개정안을 이송했을 때에도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조정한데 대해 “글자 한 글자 고친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조만간 국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 법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회 재의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의 요구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160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불참하면 본회의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야정쟁이 진행되는 속에서도 존중되는 분위기였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친박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70여 건으로 알려졌는데, 그때마다 국회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왔다”며 “대통령이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서 국회에 다시 이송된다면 우리 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의요구안이 본회의 상정돼 의결된다면 박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국회는 앞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어서는 211명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경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초동대응 실패 논란으로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동력은 한층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금융투자업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연계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이 나라는 정쟁으로 내몰렸다. 나라의 삼각축이 굳건한 한 다리를 훼손한 채 휘청거릴 것”이라며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과의 당정, 당정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이라며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배경에는 유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할 만큼 큰 사안이 아닌데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는 방어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더해진 결과”라고 말했다.

신대원ㆍ양영경 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