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상 이었던 마윈 제일재경일보 2억弗 투자
페북 공동창업자 휴즈도 ‘더 뉴 리퍼블릭’ 인수
신흥 통신부호들 미디어 매체 인수 활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이혜원 인턴기자]“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와 같은 세계적 매체 탄생을 희망한다.” 지난 4일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중국의 경제매체 제일재경일보 지분인수협약식에 참석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2003년 창간해 업력이 12년밖에 안된 경제지에 마윈은 2억달러를 투자하면서, “12년 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이 경제매체와 함께 할 10년 후의 밑그림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마윈은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취재대상이었다. 동시에 그는 ‘미디어’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최근 2년 간 마윈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미디어 부문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24억 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그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단순히 부를 과시하거나 돈을 쓰는 재미로 투자를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그가 노린 것은 바로 ‘데이터’였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는 대량의 소비자데이터, 기업데이터, 금융데이터, 물류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알리바바의 자산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자산이며, 이를 잘 활용해 우수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데이터상품을 제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업계 부호들의 명단은 새로 쓰여지는 중이다. 그리고 이 명단의 면면을 보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도널드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회장이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로도 막지 못했던 ‘디지털 시대의 변화’다.
때문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나 워싱턴포스트를 2013년 인수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처럼,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즈니스의 부호들이 혁신과 투자가 필요한 미디어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명품업계의 제왕,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 역시 진작부터 미디어 투자를 이어왔다. 그는 특히 프랑스의 양대 경제지 ‘라트리뷘’과 ‘레제코’를 차례로 인수해 운영했다.
아르노 회장은 1993년에는 ‘라트리뷘’을 1억5000만 유로에 사들였다가 경영권 악화로 2007년 매각했다. 그 대신 ‘레제코’를 2억4000만 유로에 인수했다. 아르노 회장 인수 후 레제코는 달라졌다. 그는 레제코의 ‘디지털화’를 시도했다. LVMH에 편입된 이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레제코는 ‘세계 최초 전자종이 신문’ 발행을 시작한다. 6인치와 8인치 전용 리더기를 통해 발간되는 전자신문은 현재도 종이 신문과 함께 발행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올해는 일간지 ‘르 파리지앵’을 5000만 유로에 인수하면서 2개 매체를 자회사로 갖게 됐다. LVMH그룹은 르 파리지앵을 인수하면서, 디지털 신문배급 시장에서 시너지효과를 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구보다 미디어 투자에 가장 활발한 이들은 통신 부호들이다. 이동통신의 발달로 큰돈을 벌며 투자여력 많아진 이들은, 디지털화를 시작한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은 2009년 미국의 대표 언론인 뉴욕타임스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며 화제가 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더불어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다투는 슬림 회장은 2012년엔 토크쇼 제왕 래리킹과 함께 온라인 매체 오라(Ora) TV를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스위스의 통신재벌 파트릭 드라이 알티스 회장은 2014년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리베라시옹을 2400만 유로에 인수했다. 역시 통신 부호인 자비에르 닐 프리(Free) 창업자도 앞서 2010년 르몽드를 3500만 유로에 인수했다.
‘혁신’ 부호들의 미디어 진입은 매체의 벽을 허물었다. 베조스 이후 워싱턴포스트는 ‘미디어 업계 공유 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웹 사이트 내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포스트에브리싱(PostEverything)’이란 공간을 마련했다. 경쟁사 기사들의 공유 현황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더 모스트(The Most)’에 가면 타 매체의 인기 기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 리카싱은 아예 신개념의 뉴스 공유 애플리케이션에 투자를 했다. 영국의 고등학생 닉 댈로이시오(18)가 개발한 뉴스 요약 앱 ‘섬리(Summly)’에 2011년 3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여러 매체의 뉴스 속 긴 글을 몇 개 문장으로 압축해 요약해주는 섬리는, 지난해 야후에 3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미디어(media)의 어원은 ‘영향을 미치다(mediate)’다. 디지털 시대에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선, ‘혁신과 기술’ 두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변하지 않는 본질적 가치는 콘텐츠에 있다.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베조스는 아마존에서도 파워포인트로 보고하는 것을 금했다. 텍스트를 통한 전략적 사고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게끔 하는 사례는 또 있다.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디지털 부문을 총괄했던 크리스 휴즈는 2012년 100년 전통의 미국 정치 잡지 ‘더 뉴 리퍼블릭’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올해까지 흑자 전환을 호언장담했다. 순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해 전통의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가벼운 뉴스를 주문했다. 하지만 연간 700만달러의 적자는 도통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내부 조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대통령도 물러나게 한 번스타인과 우드워드도 막지 못한 ‘미디어의 디지털 시대’는 이제 본 게임에 들어섰다. 10년 후 미디어 부호 명단에 남을 이가 누굴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yjs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