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이를 초기에 방역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전염병 창궐은 북한에 단순한 보건의료의 문제가 아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민심 동요는 북한 정권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북한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선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거 신종 전염병에 대처하는 북한의 방식은 주로 ‘국경 차단’이었다. 지난 2003년 북한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을 막기 위해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국경 지대에서는 감염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되돌려보내거나 격리 치료에 나섰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당시 북한은 ‘피어볼라(Fearbolaㆍ에볼라와 공포(Fear)의 합성어로 에볼라에 대한 비이성적인 공포심을 뜻하는 신조어)’에 빠진 국가로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자국민에 대한 모든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발병 보고 국가 국민의 입국을 전면 거부했다. 같은 해 4월에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금지했다.

전염병 여파는 대북 교류에도 불똥이 튀었다. 북한은 사스 확산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중단 요구, 남한 민간단체의 방북 연기를 요청했다. 북한은 같은 기간 간행물을 운반하던 평양-베이징 간 화물열차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중국을 거쳐 국내로 반입되던 북한 정기 간행물도 끊겼다.

전문가들은 남한 내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이 예전과 같은 봉쇄 조치를 들고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번 전염이 시작되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취약한 보건의료 체계 때문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영양상태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전염병의 확산 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북한으로 퍼져나갈 경우, 정권 유지 차원에서 북한이 막대한 외화수입을 포기하고 국경 봉쇄나 외국인 관광객 통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북한이 관광수입을 염두에 두겠지만, 그보다도 전염병이 확산됐을 때 커지는 지도부에 대한 불신감을 고려할 것”이라며 “현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보다는 민심 잡기에 신경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남북 간 보건의료 교류가 있었던 만큼,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남북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우리 정부의 50만명 분 신종플루 치료제 대북 지원에 북한은 “상당히 고맙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직접 인도적 지원 물자를 제공한 첫 사례였다.

에볼라 사태 때는 북한이 국내 대북지원 단체를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진단 장비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진입을 두려워해 중국과 일본의 대북 지원조차 마다 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따로 치료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 조치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메르스가 북한에서도 발병할 경우 남북 공동 대응이나 인도적 차원의 협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정부에 따르면 북측은 메르스 바이러스 환자 발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남측에 전하면서 열감지 카메라 등 검역장비를 요청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관련 장비를 북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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