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대한민국과 이스라엘, 묘하게 닮았다. 분단을 경험했고, 나라 잃은 뼈아픈 슬픔도 겪었다. 국민성 역시 닮았다. 놀랄만큼 근면 성실하며, 교육열이 높다. 머리좋은 민족으로도 꼽힌다.
우리에게도 영향을 줬다. 우리의 새마을운동 원조는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이다. 창업국가(Start-Up)의 힌트도 얻었다. 그래서 박근혜정부는 출범초기 창조경제의 팁을 이스라엘에서 찾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같은 나라가 아니니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확연히 차별화된 것이 있다. 파벌이 발을 붙일 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지난해 이스라엘에 갔을때다. 공교롭게도 한국사회에 만연한 파벌 얘기가 나왔을때, 한 외교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스라엘에도 파벌이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처럼 극심하지는 않아요. 아마 모든 국민이 군대를 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소 억지 같지만, 얘기가 이어지자 설득력이 느껴진다. 이스라엘에선 여자도 군대를 간다. 통상 고등학교 졸업후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간 병역의무를 거친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나아가 전쟁의 화약고인 중동과의 관계를 고려한 국방력 강화책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스라엘 청소년들의 태도다. 군대 기피의 몸부림은 없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들에게 군대를 가지 않는 행위는 ‘소외’, 그 자체다. 입대하지 않으면 할일도 없고, 놀 친구도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군 복무를 마치면 곧장 사회로 돌아가지 않고, 대부분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군 월급을 모은 돈으로 6개월~1년정도 해외여행을 떠난다. 실컷 놀만큼 논뒤 이스라엘에 돌아와 이들은 대학을 가든지, 창업을 택한다는 것이다. 여행에서 얻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인생의 방향을 정한뒤,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겐 대학 간판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학을 택한 이도, 창업을 택한 이도 서로 선택에 존중을 받는다. 대학교 간판이 같다는 정서적 공감대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서처럼 삶을 결정짓는 ‘변수’는 되지 못한다. 입시 지옥을 거쳐 같은 대학에 입성한뒤, 평생 밀고 끌어주면서 ‘대학 선후배 인생’을 사는 우리 사회와는 그래서 다르다.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빅토르 안(안현수)의 러시아 귀화가 한국 빙상계의 파벌싸움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뒷얘기들이 나오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 나아가 체육계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 언론의 조롱까지 받으며, 한국의 파벌싸움은 국제적 망신 대상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체육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 곪아 있는 파벌의 폐해는 비생산적인 사회적 이슈로 활활 타오를 조짐마저 보인다.
이스라엘 군대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선택된 민족’이라는 자긍심으로, 자국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이곤 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기자의 개인적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뭐가 됐든 한국 고질병인 파벌을 없앨, 보다 근원적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파벌은 망국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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