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식품범죄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간접살인 행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경찰이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준비중이다.
경찰은 특히 올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불량 식품’을 불특정 다수 국민들에 대한 간접살인 행위로 규정했다.
살인, 강도 등은 무서운 강력범죄이지만 신원 확인이 가능한 몇몇 대상에 국한되는데 반해 식품 범죄는 경로ㆍ출처 파악이 어려워 정확한 피해 대상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하고 섭취시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불량식품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과 함께 척결해야 할 4대 사회악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량식품 수사 전문가인 서울 중랑경찰서 정동석<사진> 경위는 “식품단속은 어려운게 서울이면 자기들은 서울이기 때문에 위반이 없고, 지방이면 자기들이 지방이라고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때문”이라며 “식품 가격이 시장에서 터무니없이 싸면 일단 의심해보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닭고기의 경우 가공 공장에서 출하되면 보통 7~10일 안에 조리하도록 돼 있는데, 불법 업자들은 이를 냉동시킨 후 복날이 임박하면 예냉실 해동을 거쳐 냉장육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 경위는 “식품수사를 하려면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규들을 빠삭하게 공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현장에 나가면 잘 알지도 못하고 나왔다고 업자들에게 무시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자들의 경쟁심리를 이용해 제보를 유도하는 것도 일종의 수사 노하우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군데 단속을 뻗어 놓으면 이 사람이 죽을 때 덕을 보는 경쟁 업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찔러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월 정 경위는 충북 음성군의 한 제분소에서 불량 고춧가루를 판매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동료 형사들과 비밀리에 현장을 답사하고 역할 분담을 한 후 다시 제분소에 들이닥쳐 주인에게 판매 사실을 추궁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며 딱 잡아뗐다.
그러다 제분소 바로 인근에 의심스러운 창고 두 곳을 발견하고, 주인 입회하에 들어가 봤지만 말끔히 포장된 고춧가루 제품들이었다.
육안으론 확인이 안 돼 고추 매입경로를 조사하고 매출장부 자료를 요구하자 주인은 끝내 희아리 건고추(약간 상한 채로 건조해 희끗희끗하게 얼룩진 고추)를 빻아 만든 고춧가루라고 시인했다.
이 고춧가루에선 색 위장을 위한 타르색소, 곰팡이균, 카드뮴 등의 위해 성분이 검출됐다.
이 주인은 고추수확기가 끝날 무렵 농가를 돌아다니며 희아리 고추를 헐값으로 산 뒤 외부 창고에 수년간 보관하면서 고추값이 올라가면 정상고추와 혼합 분쇄해 싼값의 고추를 찾는 상인들에게 판매해 이득을 챙기는 수법을 써왔다.
뒤늦게라도 적발이 됐지만 그동안 이 불법 판매자를 통해 나간 고춧가루가 전국 어떤 김치와 고추장 등을 통해 누구의 입으로 들어갔는지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현재 불량식품 단속과 행정처분권은 경찰과 검찰,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자체로 나눠져 있다. 경찰과 검찰, 식약처는 단속과 수사를 하고 지자체는 수사결과를 통보받아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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