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어제 저녁을 먹었던 ‘인디안 커피 하우스’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많은 이곳은 아침에도 사람이 많다. 가벼운 토스트부터 밀즈, 커피까지 웬만한 메뉴는 다 있다. 새삼 모한아저씨가 고맙다. 그가 아니었으면 코친에서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었을까?
맛있게 먹고 부지런히 호텔로 돌아온다. 어젯밤 어둠에 가려졌던 거리엔 바쁘게 걷는 사람들과 버스가 어우러져 활기찬 아침의 생기가 넘친다.
수로유람(Backwater tour)을 하러 간다. 반일(half day)에 650루피, 싼 가격은 아니지만 코친에서 수로유람은 꼭 해봐야할 코스다. 호텔에서 예약했으니 수수료는 조금 더 들었겠지만 서비스는 좋다. 호텔로 우릴 태울 택시가 온다. 택시는 같이 수로유람을 할 사람들을 다른 호텔에서 픽업해서 함께 간다. 릭샤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타니까 왠지 어색하면서 좋다.
시내에서 빠져나와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수로유람 출발지에 도착한다. 손님이 더 있나 싶었는데 택시에 함께 탄 인도인 커플과 우리 일행이 전부다. 그것도 이 인도인 커플은 종일 투어를 하는데 우리는 반일 투어 손님이다.
이 소박한 배를 타고 유람을 시작한다. 가이드와 배를 저을 사공까지 여섯 명이 배에 탄다. 멋쟁이 인도인 남편과 예쁜 부인은 유쾌한 사람들인데 비해 가이드의 얼굴이 시무룩하다. 이 인도인 남편 라즈는 쾌활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다. 게다가 호기심을 숨기지도 않는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가이드의 기분도 금방 풀린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손님이 별로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왜 기분 안 좋은지 물어보는 손님이나 대답하는 가이드나 둘 다 너무 솔직하다. 그래도 가이드의 기분이 풀려 다행이다.
델리에서 여행 온 부부는 스위스에서 3년을 일한 후 유럽여행도 했다고 한다. 델리에서는 부부가 사립유치원을 있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아 여기 께랄라 주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물론 한 배를 탄 한국인에게 한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것은 기본이다. 사교육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람만 많이 쓰는 줄 알았는데 인도인과 사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게 이채롭다.
인도 남서부 께랄라(Kerala)주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은 바로 수로유람이다. 물길이 발달되어 있는 이 지역의 독특한 풍광 사이를 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다.
크루즈투어 같은 큰 배를 타는 투어도 있지만 우리가 호텔에서 예약한 투어는 작은 보트를 타고 마을 방문도 하는 일정이다.
사공은 뱃머리에서 노를 젓는다.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작은 배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이드는 설명이든 농담이든 계속 말을 하는데 사공은 말없이 노만 젓는다. 그게 직업일 테니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안쓰럽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대나무를 짚으로 엮어 만든 배는 천천히 강을 지난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배 젓는 물소리만이 들이는 고요한 강위에서 떠간다. 유유자적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코코넛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 사이로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집이 보인다. 인도의 베네치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배가 있어야 이동이 가능하니 이 집의 자가용은 작은 나룻배다. 집집마다 작은 배가 묶여있다.
집 앞 강가에서 빨래하는 소녀를 지나친다. 여행자에겐 신기한 모습들이 그들에겐 일상이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호수인 듯 잔잔한 강물 위를, 노 저어 가는 배 위에서 그림 같은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진짜 신선이 따로 없다. 떠도는 게 일상인 여행이지만 오로빌이나 수로유람에서와 같이 상상도 못해본 세상에 발 디디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호기심 많은 라즈는 뒤쪽에 앉은 가이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다. 사리나 펀자비를 입지 않은 청바지 차림의 부인과 라즈는 마치 신혼부부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5년차 부부다. 계절이 겨울이라 추운 북인도에서 온 그들 부부는 무더운 께랄라의 날씨가 놀랍기만 하다.
델리 출신의 라즈가 코친 출신의 가이드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같은 나라 사람들이 아닌 듯하다. 전혀 다른 날씨에 대한 감탄, 북인도와는 질적으로 다른 교육수준, 교육 방법 등 그들의 대화만 듣고 있어도 인도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실감이 난다.
께랄라는 열대 몬순 기후 지역이라 쌀농사가 연간 4모작도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해산물도 풍부하다. 그래서인지 께랄라는 인도의 다른 주보다 영아사망률은 가장 낮고 평균수명은 높다. 교육수준도 높아 문맹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결과는 특이하게도 인도의 현대사 중에서 이 지역이 공산당의 집권 지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80년대 인도의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성장 없는 분배 어쩌구 하는 논리에 쇠퇴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께랄라의 소득수준은 인도 평균치에 미치치 못하는 데 교육수준은 최고라는 거다. 생각해보니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그래서 거리가 더 깨끗해 보였던 것 같다.
한참 가다가 강가에 배를 댄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집에서 몇 사람이 나온다. 나무를 깎아 만든 여러 가지 물건을 팔고 있다. 과자나 음료수도 아주 조금 진열해 놓았다.
우리 배를 보고 나온 원주민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기계에 줄을 걸쳐 놓고 걸어가며 새끼를 꼬는 법을 보여준다. 역시 관심은 라즈가 제일 많다. 라즈가 아니었다면 무뚝뚝한 가이드가 웃지도 않았을 것이고 네 사람 뿐인 유람이 조용하기만 했을 것이다. 라즈 덕분에 적당히 유쾌하고 충분히 즐길만한 수로유람이 되었다. 열린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친절하고 유쾌한 라즈는 여기서 파는 감자칩과 소다수를 사서 같이 먹자고 나눠준다. 코친은 급하게 지나가는 일정인데도 무슨 행운인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알차게 지내게 된다.
정리=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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