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진원 기자] 중국 동포 장모(41)씨.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부품 꿈을 안고 한국에 들어와 공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타향 살이는 만만치 않았다. 취업비자가 만료된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계속 일을 했지만 벌이는 여전히 신통치 못했다. 게다가 임금체불을 당해 공장을 그만두자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일용직 노동을 전전한 그가 머물곳은 차가운 길 바닥 뿐이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아온 중국 동포들이 늘어나면서 길거리로 나앉아 노숙인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식당, 건설 일용직 등 중국동포들이 주로 취업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연루돼 경찰의 수사를 피해 노숙자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 수는 2007년 32만 8000명에서 2014년 말 60만 7000명으로 증가하면서 건강문제나 경제적인 사정, 범죄 등에 연루돼 노숙인으로 전락한 경우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중국동포 들이 집단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중국 동포들이 장사준비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국내 거주 조선족 수는 2007년 32만 8000명에서 2014년 말 60만 7000명으로 증가하면서 건강문제나 경제적인 사정, 범죄 등에 연루돼 노숙인으로 전락한 경우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중국동포 들이 집단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중국 동포들이 장사준비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최근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 등 중국 동포의 범죄가 위험 수위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동포 노숙인의 증가가 이들에 대한 혐오 현상을 키울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 중국 동포 수는 60만6694명이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동포 7만 6921명을 합치면 약 70만명에 달한다. 2007년(32만8000여명)보다 갑절 늘었다.

중국 동포수가 급증하는 만큼 이들이 길에 나앉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영등포역에서 노숙인에 무료 진료를 해주는 요셉의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2달에 1명꼴이었던 중국 동포 환자들이 최근에는 1달에 2명꼴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찰도 영등포 일대에만 약 30~40명이 중국ㆍ대만계 외국인이 노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거처를 자주 옮기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국 동포 등 외국인 노숙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동포들은 임금이 비교적 낮은 건설 일용직이나 식당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긴 불황에 따른 이들 업종의 경기 악화에 중국동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범죄에 연루됐다가 노숙자의 길로 들어서는 중국 동포들도 있다.

실제로 중국 동포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일하다가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노숙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마땅한 일을 구하지 못하고 파지, 고철을 주워팔며 길거리에서 살고 있다.

문제는 부푼 꿈을 꾸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오히려 사회의 밑바닥까지 내던져진 이들이 범죄 등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중국 동포 노숙인들이 늘어날수록 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도 더욱 차가워질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오원춘, 박춘봉과 지난8일 검거된 시화호 토막살해 피의자 김하일 등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로 중국 동포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와 외국인 보호 시설 관계자들은 외국인 노숙자들을 방치하지 말고 재정적, 절차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셉의원의 송은숙 복지사는 “조선족 노숙인을 비롯한 무보험자가 방문할 때마다 현실적으로 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재정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