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정작 토종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자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해외 업체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최고급 자동차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그마저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인기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해외 브랜드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아진 토종 브랜드=실제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힘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둥펑(東風) 자동차 등 중국 토종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에 그쳤다. 불과 3년 전인 2010년만 해도 31%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게 무색할 정도다.

해외 시장 진출도 예전만 못하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지난해 59만6300대로 2012년에 비해 10%나 추락했다. 신차 생산량의 3.3%만 수출로 빛을 본 것이다.

이는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지난해 중국 내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 급증하며 1800만대를 돌파했다. 자동차 시장이 2008년 이래 5년 만에 3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르셰 등 럭셔리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토종 브랜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의 수입차량 대수는 지난해 총 110만대를 기록해 수출량을 크게 압도했다. 특히 수입물량이 1년 만에 3배나 불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합작만이 살길”=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토종 브랜드의 자체 생산 기술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문제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와 합작 회사를 설립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한 둥펑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둥펑은 르노 외에도 현대ㆍ기아차, 혼다, 닛산, 푸조와 각각 합작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둥펑 승용차의 90%가 이들 합작 회사의 공동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둥펑과 함께 중국 자동차기업 ‘빅 3’로 불리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중국 제일자동차그룹’(中國第一汽車集團公司ㆍFAW)도 마찬가지다. SAIC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FAW는 GM, 폭스바겐은 물론 일본의 도요타, 마즈다와 공동 생산 기지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포드 포커스’ 등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0개 모두 합작 기업의 제품인 상황이라고 중국 자동차제조협회(CAAM)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리서치의 맥스 워버튼 애널리스트는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 대부분이 해외 업체처럼 생산할 수는 있다”면서도 “해외 기업의 제조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 개발과 미래 기술 역량이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