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도주한 ‘도망자’가 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의 대역배우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수사관에 덜미를 잡혔다.
A(52) 씨가 4년여만의 도주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지난달 21일.
서울 서부지검 검찰 수사관 B 씨는 토요일 저녁 거실에 앉아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송에 나와 연기를 하는 대역배우가 지난 2011년 8월 지인들에게 2억여만원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도주했던 A 씨와 너무도 닮았던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홀연히 사라진 A 씨를 검거하기 위해 각종 사실조회, 친인척 및 가족들에 대한 통화내역 분석 등을 했지만 최근까지도 그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서부지검 자유형(自由刑ㆍ신체적자유를 빼앗는 형벌) 미집행자 검거팀 소속 수사관 B 씨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에는 그가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자유형 미집행자들의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범행 후 달아난 피의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과 달리, 자유형 미집행자에 대한 형의 시효는 피의자가 달아나고도 진행되는 만큼, B 씨는 늘 스마트폰에 자유형 미집행자들의 사진을 담고 다녔다.
이어 B 씨는 무릎을 탁 쳤다. TV 속 대역 배우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A 씨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B 씨는 곧바로 해당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서부지검 수사관임을 밝히곤 대역 배우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러나 배우가 방송국에 등록한 이름은 A 씨가 아니었다. B 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대역배우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 마침내 문제의 배우가 A 씨의 친형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역배우가 A 씨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한 수사팀은 같은 달 25일, A 씨의 거주지인 서울 양천구의 주택가에서 잠복 끝에 귀가하던 그를 붙잡았다.
A 씨는 체포 직후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송됐고, 앞으로 검거 시점을 기준으로 3년 형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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