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상시관리·교통비 등 사회적비용 절감
ICT 기반 의료기기 개발 촉진땐 활용도 커질듯
원거리 응급환자 등 신속한 조치·치료에도 도움
# 고혈압 환자인 경북 영양군의 고만성 씨는 퇴행성관절염을 앓아 걷기도 힘든 상황이다.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처방전을 받기 위해 매월 버스를 타고 읍내 병원을 가야 했지만 원격의료가 시행되면서 이런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고 씨는 집에서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동네 의원에 전송하고 매주 일정한 시간에 의사의 상담을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원격의료’란 의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환자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 편의 증진을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에 적극 나섰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의료 취약지 등에서 원격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미국이나 일본등 해외에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
으로 허용하는 추세 등을 고려해 적극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원격의료는 유형에 따라 원격자문(의사-의료인 간 의료기술 지원), 원격모니터링(의사-환자간 진료, 상담 및 교육) 및 원격진료(의사-환자 간 진단 및 처방)로 구분된다. 정부는 현행 의료법상 허용됐던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자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섬·벽지 거주자,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 상당기간 진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 추적 관찰이 필요한 재택 환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제한적 범위 내에서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실시하되, 군·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의 경우 제한적으로 병의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상 질환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경증질환에 한정하고 주기적 대면진료를 의무화했다. 재진을 원칙으로 하고 도서지역 등은 제한적으로 초진을 허용하게 했다. 원격의료만 수행하는 의료기관의 설립·운영이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의료는 왜 추진할까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의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도서지역 주민들이나 몸이 불편한 노인 등 직접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방문 시 드는 시간, 교통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 대한 상시 건강관리 및 상담·교육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원격모니터링(관찰+상담)을 중심으로 서울 송파, 강원 충남 등 9개 시군구의 11개 의료기관, 특수지 시설 2개소가 참여했으며, 대상 환자 규모는 약 1,200명 (실험군, 대조군 각 600명)이다.
실제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편의성 혜택을 본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2011년부터 집에서 20km 떨어진 용화보건진료소에서 원격진료 시스템을 이용해 고혈압 진료를 받아왔던 영양군 영양읍에 사는 주민 A씨. A씨는 최근 보건진료소 간호사와 상담하던 중 피부 이상을 발견했다. 바로 영남대의료원을 찾아 대면진료를 받은 후, 현재는 원격의료로 피부병 관리를 받고 있다. 원격의료 시행 전이라면 영양군 인근 안동이나 대구로 2~3시간을 들여서 진료 받으러 가야했지만, 원격의료 시행에 따라 지금은 집에서 편하게 관리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양군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불편이 해소될 수 있었다.
정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통해 의사와 환자 간의 장벽을 허물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건강 향상에 상당한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지난해 38%에서 10년 뒤에는 4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되는 가운데 도서 산간지역 노인들의 건강관리가 더욱 수월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ICT 기반 의료기기나 장비의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관련 기기 및 기술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향후 5년 안에 2배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만큼 세계 의료 시장 선점 효과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활성화에
도 이바지할 것이란 평가다.
원격의료가 불안하다고?
원격의료의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의료인 간 원격자문과 의사-환자 간의 원격모니터링은 대부분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 원격 진료(진단, 처방 등)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 중이다. 세계 여러나라들이 다양한 원격의료의 시행을 위한 제도적, 행정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다. 대개 ‘U-Health’ 육성 계획과 함께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는 원격의료의 개념을 의사-환자 간의 진단, 처방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허용하거나(미국) 거동불편자, 취약지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일본) 등의 형태가 대표적으로 존재하며 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초진환자에게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현지의료인은 필요한 경우에 원격지 의료인에게 협진을 요청한다. 진료, 외래환자 치료, 정신치료, 약물요법, 정신진단 검사 등이 원격의료로 제공되고 있다. 주로 농촌, 의료인 부족지역이나 대도시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메디케어(Medicare) 수혜자와 알래스카 및 하와이 등 연방 시범 사업의 현지참여자 대상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초진 및 급성 질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직접 대면진료를 하고 환자의 요청에 의해 낙도, 벽지 환자가 병원방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 원격진료가 아니면 당장 필요한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나 만성질환 등 질병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는 환자에 대해 원격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재택환자에 대해 계속적 조언․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는 이미 2011년 개정된 건강보험규정(Health Insurance Regulations)에 근거, 원격의료에 메디케어 적용 및 환자와 전문 의료진 간 온라인 비디오 상담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대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환자,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거나 원주민의료서비스(Aboriginal Medical Centres) 대상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 중이다. 특이사항은 장비나 질환은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의사와 환자의 판단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는 점과 원격상담에 메디케어를 적용해 환자가 의사에게 비용 지불 후 메디케어로부터 보조금을 상환 받거나 의사가 직접 메디케어에 비용을 청구하도록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위와 같이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그 안정성 또한 검증되어 있다는 게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격의료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시범사업과 병행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하는 한편 보안 강화를 위한 기술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한다. 단계적 추진으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국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U-헬스케어 의료기기에 대한 평가기술, 품목별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 원격모니터링을 우선 실시하는 이유도 진단·처방을 하는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안전성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환자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및 상담 등 원격모니터링 중심의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이후 진단뿐 아니라 처방까지 가능한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더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원활한 원격의료 시행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원격의료의 책임 소재 규정, 의료 정보의 보호 및 품질관리체계 강화 등 원격의료 허용에 따른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행정적 보완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군, 교도소 등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도우미
사회 곳곳에서 골든타임이 화두다. 사건·사고에서 인명 구조를 위한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하는 골든타임.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의료계다. 원격의료는 응급상황에서 이미 그 저력을 입증한 만큼 이를 통해 위급한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한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의료 취약지역이나 원거리 환자이송 등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원격의료야 말로 골든타임을 지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은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발전된 IT인프라와 인구 고령화를 감안하면 원격의료 서비스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는 만성질환자를 상시·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고령화시대 의료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의료시스템으로 원격의료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환 기자/
simdy1219@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