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정규앨범 ‘Finally’ 로 돌아온 임형주
8년만에 내놓은 정규앨범으로 20대 마지막 장식 교보문고 핫트랙스 주간 1위…좋은 반응 감사해
클래식 보다 대중적인 노래 들려달라 SNS 글들 팝페라 창법 버리고 발라드 부르게된 이유 내 노래 들으며 각박한 현실에 힐링이 되었으면…
미니앨범, 싱글앨범, 스페셜앨범 등 가수들은 매년 다양한 앨범을 내놓지만 정규앨범을 내놓는 자세는 남다르다. 외도를 하다 돌아온 정숙한 여인 같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지, 자신의 브랜드 네임에 걸맞은지 자꾸 따져보게 된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나 좋다고 호기를 부리지 못한다. 그런 압박감 때문에 쉽게 내놓지 못하고 빙빙 겉돌거나 슬슬 피하는 게 정규앨범이다.
글로벌 팝페라 테너 임형주(29)도 다르지 않다. 최근 내놓은 정규앨범 5집 ‘Finally’는 무려 8년 만이다. 매년 한두 장의 앨범을 만나온 친숙한 팬들에게는 의외일 수 있다. 두려움 속에 내놓은 앨범은 최근 국내 최대 음반매장인 교보문고 핫트랙에서 주간 종합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심리적 압박감이 컸어요. 팬들은 ‘이 정도의 앨범은 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거든요.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20대 마지막을 정규앨범으로 장식해야죠.”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팝페라 테너 임형주 대신 발라드 가수 임형주로 변신했다. 영화 ‘파파로티’의 음악감독 이상훈이 작곡한 ‘할 수가 없어’를 비롯해 변진섭의 노래로 잘 알려진 ‘홀로 된다는 것’, 이문세의 대표곡 ‘사랑이 지나가면’, 유희열의 ‘바램’ 등 발라드 명곡들이 임형주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목소리의 힘을 빼고 팝페라 발성을 버렸다. 다듬어진 정갈한 소리 대신 날목소리의 편안함을 담았다.
“발라드곡들은 사랑과 이별이 주요 테마인데 대중적인 정서를 담아내려 했어요. 제 팬은 중장년층이 많은 편인데 요즘 각박한 현실에서 추억의 노래를 통해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앨범이 발라드로만 짜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의 고유 영역인 팝페라 클래식의 정전들이 들어 있다. 헨델, 비발디를 연주하는 고악기적 사운드의 깊고 경건한 소리와 그의 하늘거리는 레제로는 300년 전 바로크 시대로 우리를 이끈다.
“녹음만 5, 6년이 걸렸어요. 베를린 심포니오케스트라. 프라하시티 신포니에타 등 5개국을 오가며 작업한 거예요.”
그가 팝페라 테너로서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내려놓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년간 그는 세계 무대 데뷔 10주년, 국내 데뷔 무대 15주년을 맞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2012년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단독콘서트는 크로스오버 테너인 그에게는 특별했다. 잘 알려진 대로 오페라극장은 클래식 공연 이외의 대관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대중가수로는 조영남, 조용필 정도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그 꿈의 무대에서 20여곡의 클래식 레러토리와 앙코르 5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팬들의 열광적 환호를 끌어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예술의전당 무대 레퍼토리로 클래식 음반, ‘클래식 스타일’을 냈다. 주위의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클래식 주간차트 1위, 종합차트 3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인터파크가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올해의 음반’ 1위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그가 한창 클래식에 빠져 있을 때 SNS상에선 불평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상한 클래식 대신 대중적인 노래를 들려 달라는 지적이었다. 그때 정신이 바짝 들었다. “혼자 욕심에 빠지다간 길을 잃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그는 크로스오버란 경계에서 클래식 쪽으로 좀 더 기울었던 터였다. 그는 늘 정통 클래식 뮤지션에 대한 부러움이 속에 있었다. 성악도 출신이지만 크로스오버로 나아간 그에겐 어쩔 수 없는 태생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래도 거긴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이번 앨범은 ‘나다운 앨범’을 만들자고 다짐한 결과물이에요.”
국내 팝페라 장르를 연 그는 요즘 팝페라 역사를 정리해나가고 있다.
“흔히 팝페라 가수 하면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키메라가 효시예요.”
최근 인기 있는 팝페라 가수들이 늘고 있는 건 개척자인 그로선 반가운 일이다. 신문희, 정세훈, 이사벨, 카이 등 다양한 목소리의 뮤지션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통 팝페라만 하는 이는 어찌 보면 그가 유일하다. “팝페라 한 우물을 파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외연을 넓힐 때 버팀목처럼 서서 팝페라를 지키는 장인으로 남고 싶어요.”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