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서 1루수로 변신한 김재환이 입단 8년 만에 주전 등극을 노린다. 김재환은 두산이 애지중지하던 ‘포수재목’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재환은 홍성흔을 이을 대형 포수로 주목받았다. 183cm 90kg라는 당당한 체구와 30m를 3.7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단 당시 팀에 채상병, 용덕한등 베테랑 포수가 많았기에 김재환은 2년 후를 기대하며 상무(국군체육부대)로 몸을 옮겼다.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꾸준한 출장기회를 얻은 김재환은 상무에서 타격 재능을 꽃피웠다. 2010시즌 퓨쳐스리그 타율 0.316 2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퓨처스 리그에서 100타점을 올린 건 김재환이 최초였다. 100타점 보다 더욱 놀라운 기록은 사이클링 히트였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사이클링 히트를 2010년 시즌 두 번이나 (5월 7일 벽제 경찰청전, 7월 27일 송도 SK전) 기록하며 힘과 스피드를 동시에 자랑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더 많이 출장했다는 것 정도였다. 군 제대 후 돌아온 김재환에게 거대한 두 라이벌이 생겼다. 양의지와 최재훈이다. 김재환의 2년 선배 양의지는 김재환과 같은 타격형 포수다. 경찰청 제대 후 2010년 혜성 같이 등장해 주전자리를 꿰차고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입단 동기 최재훈은 점차 무서워지고 있는 라이벌이다. 2012년부터 백업 포수 자리를 꿰차고 빼어난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인 호수비로 잠시 주전자리를 빼앗기도 했다.갑자기 나타난 라이벌에 이어 불의의 부상도 김재환의 발목을 잡았다. 발목 부상과 어깨 수술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2011,2012년에는 타율 2할도 기록하지 못했고 2013년에는 1군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어깨부상의 여파로 포수의 필수능력 중 하나인 송구능력도 많이 떨어졌다. 김재환은 포지션 변경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포수마스크를 벗고 1루수의 길을 택한 것이다. 사실 김재환의 포지션 변경은 타의로 시작된 일이다. 2011년 김경문 감독이 김재환의 타격재능을 살리기 위해 1루수와 외야수 변신을 시도했었고 꾸준히 포수와 1루수 글러브를 번갈아 꼈다. 보다 많은 출장기회를 잡은 김재환은 지난해 프로 입단 후 가장 많은 52경기에서 타율 0.306 3홈런 13타점 장타율 0.482로 가능성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포수로 110⅓이닝, 1루수로 35⅓이닝을 맡았는데 그 동안 단 하나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2015시즌을 앞두고 김재환은 어중간한 1루수가 아닌 완전한 1루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주전이었던 칸투가 떠나며 공석이 된 1루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다. 오재일, 오장훈, 유민상이라는 라이벌이 있지만 빼어난 타격을 앞세운 김재환이 앞서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스프링 캠프에서 “(김)재환이가 1루수 경쟁에서 앞선다. 지난해 활약도 있고 타석에서 컨택 능력 등 재능이 뛰어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재환도 ”예전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없었다. '못 치면 안 된다' '무조건 쳐야한다'는 식의 부담감이 컸다.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공도 잘 골라낼 수 있다. "요즘은 기(氣)에 눌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하고 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자신감 있는 타격은 시범경기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되었던 삼성과의 시범경기 첫 2연전에서 8번 1루수로 선발출장 했다. 2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두산 타자 중 가장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다.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8일 삼성전에서 실책이 하나 기록되었지만 전문 1루수도 어려워 할 만한 강습타구였었다. 14일 kt전에서는 8회 우익선상 2루타를 때리며 장타능력도 보여줬다. 15일 kt전에는 정교한 타격기술과 빠른 발도 선보였다. 김재환은 2회 시스코에게 중전안타를 뺏어냈다. 높은 공에 배팅타이밍을 놓쳤으나 몸을 눕히고 끝까지 팔로스윙을 가져가며 타구에 힘을 실어 2루수 키를 넘겼다. 이날 중계를 맡은 조성환 해설위원도 “정말 기술적인 타격이다.”라며 칭찬했다. 4회에는 깔끔한 중전안타를 뽑아낸 뒤 시스코의 폭투를 틈타 2루를 훔쳤다. 용덕한이 블로킹을 통해 몸 앞에 공을 떨어뜨리고 재빨리 송구 했으나 김재환의 과감한 판단과 스피드가 한발 빨랐다. 포수출신에게 보기 힘든 주루센스와 집중력이었다. 포지션 변경은 야수들에게 하나의 기회이자 도박이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제2의 야구인생을 꽃피울 수 있다. 반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다. 5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 1타점, 출루율 0.556, 장타율 0.500 1실책. 아직 표본은 적지만 김재환은 꾸준히 선발출장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입단 8년 만에 주전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기세가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면 포수에서 외야수로 옮긴 뒤 신인왕과 4번타자 자리를 거머쥔 최형우(삼성)처럼 포지션 변신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차원석 기자 @notime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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