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이준이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쩔쩔 매는 연기를 참 잘한다. 대형 로펌 대표인 아빠(유준상) 앞에서 항상 주눅들어 있는 찌질한 모습, 그러면서도 가끔 할 말은 하는 ‘한인상’ 캐릭터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순정남인 한인상은 엄격하게 통제된 상위 1% 집안에서 자란 수재 고등학생이다.

이준의 쩔쩔 매는 연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게 잘 유지되어야 서봄(고아성)과 자신의 집안, 어울리지 않는 계층인 두 집안이 부딪히는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가진 자의 갑질과 위선, 민낯이 깡그리 드러나게 된다. 이준의 연기가 어색하면 두 집안의 고리마저 헐거워진다.

어쩔 수 없이 모범생이 된 이준 같은 친구가 사랑을 알게 되면 무섭다. 서봄과 하룻밤을 보내고 고3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기 아빠가 됐다. 이준은 서봄에 대한 순애보 같은 맹목적 사랑을 보여준다. 그것 때문에 극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이준은 대사뿐만 아니라 표정, 눈빛, 심지어 손 자세 등으로도 ‘한인상‘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이준은 권위적인 집안과 지키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수한 청년을 잘 만들어냈다. 이 처럼 한 없이 여린 인물이 상황과 사건을 통해 점점 단단하게 변화되어 나갈 앞으로의 과정도 기대된다.

이준은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연기에 대한 진지함과 욕심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미 싸이코패스를 연기한 드라마 ‘갑동이’와 영화 ‘배우는 배우다’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예상외로 꽤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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