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커피, 운동화 등 선진국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상당수의 제품들은 빈국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결과물이다. 그러나 제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유해 물질 또한 고스란히 빈국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지구 한쪽의 복지를 위해 다른 한쪽에선 재앙이 일상화된 것이다. 또한 산업화가 불러온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의 결과는 주로 제3세계에 피해를 유발한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열린책들)’는 기업과 소비자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필요성을 주장한다.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의 뉴욕 특파원이자 경제 전문 언론인인 저자 프랑크 비베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 평가 자료와 자신만의 독특한 평점 체계를 바탕으로 구글, 삼성전자, 애플, BMW 등 세계 50개 기업들이 당면한 다양한 윤리적 과제와 이를 해결해 나가는 기업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열린책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열린책들)’

“애플은 2011년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었다.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자살 사건이 그것이다. 대만에서 설립된 폭스콘은 현재 중국에서 수많은 공장이 가동 중이고, 백만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기업 중 하나다. 이곳 노동자들은 애플의 아이팟만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텔, 델, HP 등 다른 거대 전자 회사들로부터도 주문을 받는다. 비디오게임기 콘솔도 폭스콘에서 생산된다. 애플과 비슷하게 폭스콘도 자사가 윤리적으로 얼마나 훌륭한 고용주인지를 보여 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그와 배치된다. 가령 2011년 5월 슈피겔 온라인 판에는 직원들의 엄청난 스트레스와 단조로운 작업, 법적 시간을 넘어선 초과 노동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은 초과 노동의 실상을 인정하면서도 노동력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191쪽)

기업은 오랫동안 핵심 가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경영 신조를 공표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가치 그 자체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강조한다. 즉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간과하기 일쑤인 윤리 문제는 극단적인 경우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며 “오늘날 기업의 윤리적 가치와 그에 대한 감독 및 통제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몫이기도 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