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케이블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 드라마를 아실겁니다. 신촌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94학번들의 학창생활을 그린 것이죠.
향수에 젖게 하면서도 90년대 학번에 대한 관심도 같이 불러일으켰습니다. 신한미래전략연구소 음정훈 선임연구원이 ‘응답하라 1994 열풍과 금융권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는데, 거기에 90년대 학번의 소비 트렌드 등을 자세하게 분석해 놨습니다.
임 연구원은 우선 90년대 학번들은 베이비붐 세대에 이어 우리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유통업계 매출의 30% 이상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업계의 관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죠.
이들은 경제성장기 이후 본격적인 소비 문화를 향유하는가 하면 IT기술의 혁신을 최전선에서 받아들였습니다. 또 서구식 개인주의 가치관을 형성한 첫번째 세대이기도 합니다.
폴로 티셔츠와 게스 청바지를 입었고, 노래방과 록카페에서 밤을 즐겼습니다. ‘오렌지족’이란 용어도 이때 나왔죠.
PC통신 들어보셨죠? 삐삐(무선호출기)와 공중전화 인근에서만 통화할 수 있는 씨티폰도 당시 유행했던 ‘물건’입니다. 그들은 방학이 되면 농활보다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를 떠났죠.
80년대 학번들은 90년대 학번보다 사회의식이 강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의 주력이 바로 80년대 학번입이다. 80년대 학번들은 그래도 취직은 잘 됐습니다. 또 경제성장과 함께 부동산ㆍ주식으로 부를 축적했습니다. 하지만 소비는 소극적이라고 임 연구원은 밝히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의 근검절약 교육과 학창시절의 사회의식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90년대 학번들은 호황의 끝자락과 외환위기 때문에 취직하는 데 고전했습니다. 2000년대 학번들은 어떻습니까? 현실에 급급했죠. 오죽하면 88만원 세대라고 불렸겠습니까.
이처럼 90년대 학번들은 앞뒤 세대와 구별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학창 시절 X세대로 불리면서 유행에 민감한 제품을 샀고, 사회 진입 후에는 대중적 명품 소비를 주도했습니다.
임 연구원은 이들이 최근 들어 실용과 개성 중심의 스마트 소비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옷이나 화장품은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옷은 저렴하지만 고가의 핸드백이나 구두, 액세서리 등으로 차별화한다는 것입니다. 해외직구족, 신명품족이죠.
특히 레저와 휴가에 많은 돈을 씁니다. 자녀와 정서적 유대감을 키우고 친구처럼 다가가는 스칸디 대디ㆍ맘의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런 소비주축 세력을 금융권이 놔둘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타깃 노력은 활발하지 못합니다. 금융권은 신세대나 시니어세대에 주력하는 경향이 크죠.
임 연구원은 “90년대 학번들을 끌어오기 위해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 특성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기업들은 행복한 가정, 복고주의 콘셉트 등을 디자인에 활용하거나 동창 커뮤니티를 상품홍보의 채널로 검토하기도 합니다.
개인ㆍ가정 중심, 실용ㆍ개성 중시, 복고주의, 동년배와 유대 중시가 90년대 학번의 대표 수식어란 점을 금융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임 연구원은 조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