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전서 지하철 교통카드로 대체 ‘생활 속 기부’의 아름다운 진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 통화가 끝나고 잔돈이 남으면 다음 사람을 위해 송수화기를 공중전화 위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대로 끊어 일부러 ‘낙전’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진 낙전은 전국 초등학교에 16비트 컴퓨터를 설치해주는 등 정보화사회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공익사업에 환원됐다. 1세대 생활 속 기부 문화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휴대전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더 이상 낙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공중전화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화용은 사라지고 카드용 공중전화가 대세를 이뤘다.
세월은 흘렀지만 생활 속 기부 문화는 그대로 전수됐다. 지난 2009년 등장한 ‘지하철 일회용 교통카드’가 낙전 기부를 대체하고 있는 것. 이른 바 2세대 생활 속 기부 문화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09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종이승차권 대신 보증금 500원이 포함된 일회용 교통카드를 도입하고, 개찰구 인근에 보증금 환급기와 함께 ‘일회용 교통카드 기부함’을 설치했다.
시범운영 기간인 2010년 12월 한 달간 모인 돈은 144만원. 이후 기부함을 추가 설치하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2011년 1750만원, 2012년 1770만원으로 기부금이 늘었지만 만족스럽진 못했다.
좀처럼 늘지 않던 기부금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만원을 돌파하면서 기부함 운영 3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내 지하철 190여곳에 설치된 일회용 교통카드 기부함을 통해 2250만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27.3% 급증한 것으로, 현금 기부까지 합치면 5479만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액이다.
천정욱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보증금만 남은 일회용 교통카드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교통카드와 현금도 많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노선별로 보면 6호선에서 가장 많은 952만원이 모였고, 역별로 보면 1호선 서울역 한 곳에서만 330만원이 모였다. 지하철 4호선(872만원)과 2호선(857만원), 명동역(233만원) 등도 모금액이 많았다.
기부가 활성화되면서 일회용 교통카드 회수율도 높아졌다. 도입 초기인 2009년에는 회수율이 95%에 그쳤지만 2010년 이후 매년 97% 이상 회수되고 있다. 지난해 회수된 전체 일회용 교통카드는 7400만장으로, 회수율은 97.2%에 이른다.
최진성 기자/
